//전시 서문//
‘독립 미술가’의 ‘독’字는 홀로 ‘獨’이다. 다 알고 있는 말이고, 요즘은 거의 사라진지 오래 된, 용도폐기 된 ‘문화의 역사적 유물’이 아닌가? 하지만 바로 그 조합된 단어에 얽혀 있는 19세기 서양 미술사에서의 ‘통쾌한 자부심’은 20세기 전체를 관통하는 예술가들의 정신적 지주이자 마음의 안식처인 동시에 ‘빌어물 자존심’이기도 하다.
獨립적으로 살아가며, 獨창적인 개성으로 외롭고 獨하게 작업하며 獨립적인 개인전을 여는 시대가 전개되면서 예술가들은 유휴 자본이나 권력의 종속에서 점차로 벗어나긴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약 1세기 씩이나 지난 후, 한국에서 ” 앙데팡당 展”이라는 똑같은 이름의 전시단체가 창설되었다. 내용은 官展이나 형식은 현대미술의 ‘무한 자유’를 지지하며 만든 한국의 그 ‘독립미술가’들은 이후 한국미술의 주류세력으로 ‘관’ 못지않은 막강한 ‘민’ 권력으로 자리 잡는다. 이런 차원에서의 ‘독립미술가’라면 ‘어떠한 형태의 시각적 결과물이던지 같이 모여 전시를 할 수도 있고, 남다른 자부심과 독립심이 있는 작가들’이란 뜻으로 이해 되어진다.
21세기 부산의 MZ세대가 들으면 이해하기 힘들 듯한 ‘오랫동안 부산은 문화의 불모지’였다. 국제영화제와 인터내셔날 아트페어, 나훈아에서 B.T.S를 비롯하여 한국 연예계와 대중문화에서 부산은 막강한(?) 도시가 되어 있는데 “불모지라니?” 할 것이다.
물론 부산미술계도 이러한 막강 부산문화에 편승도 하고 주도를 한 적도 있었다. 그 구심점은 1998년 전국에서 최초로 개관한 부산시립미술관의 개관이었다. 무엇보다도 부산시립미술관의 부산 작가 작품 구입과 기획전시개최는 부산 미술인들의 자부심과 작업에 대한 열정을 크게 고무시켜 주었다. 이른바 서울 지역 위주인 한국미술의 주류세력으로부터 ‘獨立의 기분’을 맛보게 해준 것 도 큰 힘이 되었을 것이다. 바야흐로 부산 문화 전반에 대한 발전이 골고루 이루어져 그 지긋지긋한 “문화 불모지”가 어느 순간 사라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이후 이십여 년 그 ‘독립세력’들의 자취를 최근의 부산미술계에서 찾는다는 것은 참으로 가혹한 기분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그 중요한 이유 중 하나로 부산미술중흥의 일환과 기치가 되고자 설립되었던 ‘부산시립미술관’이 그 역할을 방기하고 있음에서 오는 몇 가지 병리현상을 실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지역미술계에 대한 지원과 관심의 파국적 변화가 아닐수 없다. 지역미술의 독자성을 설파하였던 문정수 당시 부산 시장과 “부산미술의 지속적인 위상정립”을 강조하였던 초대관장 김종근의 개관 일성(一聲)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모두 사라졌거나 칩거 중이다.
단순히 작품 구입과 전시 개최 수의 양적 질적 변화가 아닌 중앙집중적 문화 정책의 편중화에 대한 실질적이고 다면적인, 그리고 미래지향적인 정책의 제시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관심이 없고 잘 가지도 않고 가더라도 어색하고 왠지 모를 섭섭함과 이질감을 느낀다고 한다. 부산 미술계에서 어른도 선배도 없다고 하는 말도 들리고, 미술작품의 풍조는 상업적이고 얄팍하며 순진함을 가장한 천박함이 흐른다고 한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긴 하나, 이 지점에서 더 이상 부산의 미술가들로서 독립적 자부심을 잃지 않겠다는 부산미술인들의 의지가 발현되었고, ‘부산독립미술가’라는 합의된 명칭을 사용한다는 결연된 자세를 보이게 된 것이다.
1934년 부산 최초의 미술인 단체인 ‘춘광(春光)회’가 결성된 이후 약 수백여 개의 미술인단체가 성되었다. 부산 뿐만 아니라 한국의 거의 모든 미술인 단체는 그 취지와 목적, 가입자격에 대해 나름 형식을 갖추고 있다. 19세기 ‘앙데팡당주의자(Independantiste)’의 미술정신으로 모이는 것이라면 개인의 참가자격 수준을 말하는 것은 모순이다. 그렇다고 부산 현대미술의 1세대들인 서성찬, 양달석, 우신출 그리고 또 김종식과 김윤민 등이 아마추어 미술가들의 작품과 그들의 작품을 같은 벽에 걸고 싶어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들의 얼이 살아있으니 부산시립미술관의 개관 초기 부산미술인들을 향한 ‘독립’에의 권유는 당연히 그리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2023년 부산독립 미술가 회원들에 대한 기대는 그래서 남다른 감회가 생기지 않을 수 없다. 부산의 독립적인 작가들이 모여서 그들의 소리를 내고자 한다. 부산은 바다와 함께 성장한 도시다. 바다를 면한 도시의 문화는 대륙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바다와의 접근이 용이하여 식량을 구하는 것이 때때로 목숨을 걸어야 할 때도 있다. 끝 간데없이 펼쳐진 수평선과 거센 폭풍우를 온몸으로 맞으며 끈기와 순간적 결단력을 수시로 요구하는 삶을 살아오는 문화이다. 그 속에서 건져내는 그들의 그림들은 그래서 보다 힘차고 능동적이다. 생명에 대한 원초적 건강미가 있다. 전시에 참가한 모든 작가들의 작품도 이와 같을 것이라는 희망과 기대는 지속되어야 한다. 물론, 그들의 앞으로 작업에 대한 정신과 의지도.//이상수//
장소 : 부산시청 3전시실
일시 : 2023. 07. 17. – 07. 22.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charmbi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