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예라展(갤러리 림해)_20230602

//전시 평론//
자연의 색을 담은 유화 꽃을 그리다.

조예라 작가의 작품을 함축적으로 정의하면 이러하다. “자연을 깊이 들여다보라. 그러면 모든 것을 더 잘 이해하게 될 것이다.” 독일의 물리학자 알버트 아인슈타인이 한 말이다. 우리 옛말에도 자연에 대한 귀중함은 종종 언급된다. 4차 산업 혁명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끔씩은 고개를 돌려 자연을 보고, 느끼며 휴식을 취하라는 선조들의 뜻이 아닐까. 작가는 이에 대한 답을 작품으로 보여주고 있다.

조예라의 작업은 길을 가며 마주한 자연에서 느낀 색채의 아름다움이 그 영감이 된다. 다양한 색을 나열하며 생긴 덩어리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움을 꾸준히 연구하던 그는 늘 결과에 아쉬움이 남았다. 아무리 다양한 색을 섞어 배열해 보아도 서로 어우러지지 못하는  어색함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어 작가는 색 배합에 어려움을 겪던 어느 날, 우연히 길을 걷다 마주한 낙엽  한 잎이 눈에 들어왔다고 했다. 낙엽의 색상을 따라 팔레트 위에 선을 그어보니 그 조합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던 것이다. 각기 다른 빛깔을 조합해 보며 조화로운 아름다움을 찾고 있던 그에게 자연이 해답을 찾아준 셈이다. 이렇게 자연이 이룬 우연한 색 결합을 유화물감으로 구현한 시리즈가 ‘Harmony’인데 꽃, 나뭇잎, 열매에서 보이는 색을 나열하니  아름다운 파스텔 톤의 띠가 완성되었다. 마치 TV화면 조정 시간에 나타났던 스크린 화면의 ‘테스트 패턴’처럼 서로 다른 색의 집합덩어리는 그가 늘 고대하던 완벽한 조화를 이루어 하나의 작품이 된다. 작가는 이러한 작업을 계속해서 확장해 나갔다. 디지털 환경으로 변해버린 현대사회가 생소했던 작가는 이를 작품으로 승화했다. 자연적인 부분만을 충실하게 표현했던 방식에서 벗어나 디지털의 이미지로 자연을 구현한 것이다. 튤립의 특색을 위로 끌어올려 화면을 재구성한 형상은 마치 꽃이 수채화의 붓이 되어 색을 칠하는 듯하기도, 꽃의 향기가 시각화되어 나타나는 듯하기도 하다.  또한, 잎새 속 미세 입자를 디지털의 느낌으로 표현한 점이 인상적이다. 그 뒤로 흐리게 표현된 자연배경은 튤립과 대조되어 무척이나 조화로운 완성이다. 즉, 친숙함에 생소함을 접목했던 결과가 예측 못한 완벽한 결과물이 된 것이다.

조예라가 불가피한 사회를 애써 적응하려 했던 노력은 우리에게 많은 메시지를 남긴다. 사람과 자연의 유기적인 상호 관계는 어쩌면 우리가 가장 주목해야 할 숙제일지도 모르겠다. 특히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라 불리는 Z세대들에게 이번 전시가 온라인 환경뿐만 아니라 자연환경과도 친근해지는 변곡점이 되길 바란다. 이제는 우리도 익숙하지 않은 자연에서 머리를 식힐 여유를 갖는 것도 좋겠다. 일상에서 풀리지 않던 문제를 자연의 색에서 풀어낸 조예라처럼 잠시 간과하며 지내던  자연을 감상하며 고민을 해결해 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보다 자연환경이 온라인 속 세상보다 더 보람되고, 친숙할지 모른다. 마치 조예라 그림 속 디지털화된 꽃잎처럼 말이다.//부산 프랑스문화원 아트스페이스//

장소 : 갤러리 림해
일시 : 2023. 06. 02. – 06.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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