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소개//
단색화와 한국의 현대 미술을 꾸준히 선보여 온 부산 해운대에 위치한 데이트갤러리는 2023년 4월 20일부터 5월 30일까지 서울대학교에서 조소를 공부하고 동대학원을 졸업하였으며 독일에 있는 국립칼스루헤 미술대학에서 수학한 조각가 최인수의 개인전 ‘물질의 서사 Narrative of Matter’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근작 나무 조각과 다수의 드로잉을 통하여 자연으로부터 온 조각에 감응하고 사유하는 공간을 선보인다.
조각가 최인수는 서구의 시각 중심주의에 이의를 제기하며 눈에 보이지 않는 ‘숨’이나 촉각적, 신체적 감각이 근원적이고 풍부한 감각이라고 판단하여 이로부터 미지의 조각적 가능성을 탐색하여 왔다. 그는 인간과 가장 가까이 있는 흙이나 나무 같은 물질과 모든 지각의 원천이 되는 몸과의 상호 의존적 관계에 대해 사유해오면서 주체(나) 중심의 태도가 세상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에 이르게 된다. 그리고 기꺼이 이를 내려놓고 온전히 열려 있고 자유로운 조각적 실천을 이어오고 있다.
2016년 이후 지속되는 나무 작업 ‘장소가 되다(Becoming a Place)’ 연작은 버려진 느티나무의 껍질을 벗기고 나무에 홈을 파내는 과정을 거친다. 작가는 벌레 먹어 죽거나, 고사하거나, 공사로 잘린 나무를 쌓아 놓고 여러 날 나무에 경청한다. 잘린 나무 둥치는 내부로부터 작용하는 원심력에 의해 방사형으로 갈라짐(crack)을 보이는데 이를 따라 나무를 길게 가르고, 건조 상태를 보며 나이테를 세어 톱질하고 끌로 깎아낸다.
나무가 뿌리내리고 있던 대지, 일월성신, 춘하추동, 동서남북 등 우주적 운행이 응축되어 있는 죽은 나무는 물질의 서사 그 자체이다. 그의 작업은 바로 그 흔적을 살피며 나무 내부의 결을 따라 일정 부분 깎아낸 것 뿐이다. 최인수의 나무 조각을 가까이서 보거나 떨어져 보든지 간에 ‘거리’는 미학적 긴장과 함께 섬세한 결을, 아우라를 한껏 자아 낸다.
조각의 물음은 조각 그 자체의 본질에 맞닿아있다.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물음을 성찰하고 이를 다시 조각에 묻는다. 그렇기에 그의 작업장과 전시 공간은 어린아이의 놀이터처럼 자연에 감응하는 장소가 된다. 작품을 감싸고 있는 공간은 이 작품을 ‘침범’ 하거나 더 넓은 프레임 안에서 작품과 하나가 된다. 주변 공간과 작품이 하나가 됨으로써, 관람자의 움직임은 작품과의 만남의 한 부분을 이루고, 그의 작품은 한층 비결정적이고 과정적이 된다.
최인수 작가의 작품은 스펙터클한 시각적 환경과 속도의 문명 속에서 고요하고 진솔하게 인간의 마음에 가닿으며 사유의 여백을 선사하고 있다. 절제의 미학으로 보이는 그의 조각은 기법이나 기교적인 면이 삶과 예술이 경외와 수행의 과정이 어우러져 있음을 보게한다. 이번 전시를 통하여 갤러리 데이트와 작가 최인수는 함께 예술의 지평을 열어가고자 한다.
장소 : 데이트갤러리
일시 : 2023. 04. 20. – 06. 10.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charmbi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