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소개//
부산 금정구에 위치한 제이무브먼트 아트스페이스 & 갤러리(금정구 동부곡로5번길 101)에서 올 봄을 맞아 4월 6일부터 5월 27일까지 새로운 기획전이 열린다. 이번 전시 ‘초월된 위계들’은 두 명의 작가 민지훈(미디어), 양나영(회화, 설치)이 세계를 바라보고 사유하는 방식에 주목하여, 이들이 어떻게 미술 작품을 통해 일상 속의 숨겨져 있는 위계를 드러내고 극복하는지를 조명한다.
인터넷 네트워크가 발전하면서 ‘하이퍼링크’ 기능을 통해 정보와 지식에 대한 접근 장벽이 무너지고, 기존의 권력구조가 점차 해체될 것으로 예견됐으나, 오늘날 계급은 여전히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며, 위계의 파괴는 커녕 오히려 데이터 독점과 인프라 집중으로 정보격차가 가속화되고 불평등과 인간 소외가 발생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미술을 또 다른 하이퍼링크로 간주한다. 미술은 그 비평적 작용을 통해, 가려지고 보이지 않는 것들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잊혀진 사람들, 사유, 역사, 신념 등을 사회적 위계구조 안에서 벗겨내고 포착하여, 링크(중계)하는 것은 미술이 가진 실재적인 네트워크로서의 힘이다.
올해 홍티아트센터 11기 입주작가로 부산에 발을 내디딘 민지훈 작가는 주로 움직이는 기계장치를 사용한 설치, 미디어, 평면 등의 매체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움직인다는 것은 곧 ‘살아있음’의 가능성을 내포하는 것이기도 하다. 아감벤에 따르면, 본디 언어 이전부터 존재했던 소통의 수단으로서 몸짓은 언어로는 담아내지 못하는 그 너머의 것들을 표현해 낼 수 있다. 그래서일까, 민지훈의 기계들이 움직이는 모습은 마치 폴터가이스트(Poltergeist)처럼, 보이지 않는 자들이 존재를 의탁하여 만들어내는 춤사위처럼 보이기도 한다. 작가는 기존 질서 속에서 사물에게 부여된 목적성을 철저히 배제하고, 새로운 규칙을 제시한다. 상상력이 가미된 그의 세계에서 기존의 권력 구조는 뒤집히고, 주체와 객체의 구분이 무너진다.
양나영 작가는 도시 공간을 거닐며 우연히 마주치는 삶의 흔적들을 관찰하고 그것을 포착하여 회화와 오브제로 표현하는 작가이다. 흔히 ‘달동네’라고 불리는 소외된 도시 공간은 작가의 주요한 작업 주제가 된다. 양나영 작가는 도시 공간을 거닐며 우연히 마주치는 흔적들을 관찰하고 전유함으로써 위계를 벗겨낸다. 그의 사유는 상황주의자들이 스펙터클을 파괴하고자 도시를 ‘표류’했던 방식으로 나타나는데, 그들은 현대의 도시를 ‘단편적으로 분리된 공간들의 단순 집합’으로 보았다. 표류는 이러한 잘짜여진 합리적 도시 공간을 비의도적이고 우발적으로 배회함으로써 그 속의 삶을 드러내는 행위이다. 양나영이 공간과 사물을 포착하는 방법은 이와 유사하다. 그의 회화와 오브제는 필연적으로 신체적 걷기(표류)에서 모티브를 얻어 도시 공동체 속 삶의 흔적을 이미지로 포착한다. 공간의 정치가 무력화된 속도정치의 시대에서, 작가의 이러한 표류-이미지 포착 행위는 다시 한번 공간의 정치학을 수면 위로 끌어올려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려는 시도로 읽을 수 있다.//제이무브먼트 갤러리//
장소 : 제이무브먼트 갤러리
일시 : 2023. 04. 06. – 05. 27.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charmbi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