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진展(갤러리 휴)_20230317

//전시 평론//
오후규(부경대학 명예교수, 철학박사)

강대진 작가가 주목한 것은 소나무 몸통과 숲의 아우라(aura)이다. 소나무는 잎, 줄기, 뿌리 어느 것 하나 비범함이 없는 것이 없으나 그중의 백미는 몸통이다. 온갖 풍파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몸통의 이러한 질감을 살리기 위해 아크릴과 돌가루 혼합물감을 나이프로 하나하나 찍고 또 찍어 요철로 만든다. 이런 작업을 만족할 때까지 반복(3~4회 이상)한다. 물론 솔잎도 같은 방법으로 찍는다. 이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물감을 3번 이상 올리고 또 찍어가는 2단계 작업을 거쳐 요철을 완성한다. 대부분 200호 이상의 대작이며 오후 1시경부터 새벽 2~3시까지 작업한다. 작당 보통 달포 넘게 걸리니 수행승이 아니고는 감당하기 어려운 작업이다.

강대진의 소나무가 블루인 것은 연유가 있다. 경주에는 왕릉이 많고, 왕릉 주위에는 소나무 숲이 있다. 어느 날 동 터기 직전 운무가 자욱한 새벽, 경주 남산 왕릉 주위에 있는 소나무 숲으로 갔고, 이때 신비롭게도 소나무가 블루로 보였다 한다. 강 작가는 여기서 계시를 받은 듯 블루에 마음이 끌렸고 이후 10여 년 동안 지독하게 그때의 느낌을 살려 푸른 소나무가 주체인 ‘왕의 정원’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지금도 강 작가는 어제의 일처럼 “왕의 정원은 단순한 소나무 숲으로 보이지도 않았고, 생각되지도 않았다. 소나무가 사람의 모습으로 보이기도 하는 등 마치 내가 왕이 된 듯한 착각에서 정원을 거니는 느낌을 받았다.”고 하며, 그 느낌을 “왕의 정원”이라 이름하여 재현하고 있다.

강대진의 작품 ‘왕의 정원’은 블루만 아니라 조형도 독특하다. 그림에서 보듯 소나무 전체를 그리지 않고 몸통만 그린 것은 치밀한 계산으로 보인다. 감상자가 작가와 같은 위치의 숲속에 있다는 느낌을 주기 위함일 것이다. 그리고 소나무의 특징은 몸통이라는 것을 강조한 것이며, 소나무의 윗부분을 생략한 것은 상상력을 증대시켜 리오타르가 말하는 ‘숭고’ 효과를 높이기 위함일 것이고, 그 효과가 두드러지고 있다. 그리고 소나무 몸통의 곡선미, 곡선과 곡선이 겹쳐 만들어지는 아름다움은 또 다른 미학을 상상하게 한다.

강대진의 작품 ‘왕의 정원’은 아우라가 감돈다. 오래 보면 오래 볼수록 신비로움, 왕의 기운, 천지간의 위력, 희망, 욕망 등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 어떤 기운을 느낀다. 달리 말하면, 리오타르의 숭고(재현불가의 재현쾌)가 어떤 것인가를 실감하게 하는 것이 강대진의 푸른 소나무 숲 ‘왕의 정원’이다.//오후규//

장소 : 갤러리 휴
일시 : 2023. 03. 17. – 0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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