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展(금샘미술관)_20230315

//전시 소개//
당신은 세상이 꽃을 피우는 가장 최신의 방식이므로…

존재가 추상일 때는 분명하고 명증하며 단순하다.
존재가 현실에 들어오면 모호하고 흐릿하며 복잡하다. 모든게 연결되어있고, 연관되어 있어서 딱히 그 존재의 구체적 속성이나 질감을 감각적으로 포학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불교의 연기설이나 양자역학에서 주장하는 과학적 이론 속에서도 존재란 그 자체가 과정이나 파동으로 존재한다고 하면 존재란 우리에게 결국 추상일 수밖에 없다. 철학적이나 이론적으로 실재일 뿐인 이 존재가 미술의 대상이나 주제가 되면 다시 감각적으로나 구체적으로 재구성되어 펼쳐진다. 특히 아티스트의 존재가 작품에 투사되고 그 경험이 투영되면 존재란 유기체적인 생명을 가지고 스스로 의미를 내포하기도 하고 뿜어내기도 한다.

작가 이건희의 이번 전시 “당신은 세상이 꽃을 피우는 가장 최신의 방식이므로”는 매우 회고적이며 기념비적인 전시이자, 작가 자신의 예술적 한계와 그 너머를 드러내는 야심찬 시도이다. 전시에서는 작가 개인의 삶의 이정과 그 경험의 편력이 기억으로 구성되면서 그 기억을 둘러싼 이미지의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작가의 흔적과 자취가 드러난다기보다 오히려 살아있는 이건희의 존재가 다층적으로 구성되면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상호 복제하며 작가 내면의 예술 생태계가 펼쳐지고 있다. 작품 하나하나가 구성되고 제작되는 방식이 마치 나물이라도 무치는 듯이 작가의 작품의 소재를 꼼지락거리며 조물조물 버무려내 시각적이라기보다는 매우 촉각적인 느낌을 만들어낸다.

지난 삼십년 년 간 이건희의 작품은 대체로 자전적이라기보다는 이론적인 추상에 가까웠으며, 의미론적이라기보다는 형식적이라 비평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난 작업을 한자리에 모아 펼쳐 놓으니 자전적이며 의미론적인 작가 이건희만의 방식이 도출된다. 작품의 소재나 주제가 여성적이지도 않은데다, 작가가 살아가는 삶의 공간인 부산에 대한 명시적인 흔적도 없는데 작품은 더없이 여성적으로 보이며 매우 장소 특정적으로 느껴진다. 더불어 불연속적이고, 우연적이며, 우발적인 작품의 시간이 하나의 의도나 법칙처럼 지금의 작품에 드러나고 있다. 이것은 마치 작가가 기억을 모으는 방식이 아닐까.

장소 : 금샘미술관 제1전시실
일시 : 2023. 03. 15. – 0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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