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보도//
부산 형상미술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 김춘자 작가는 한동안 기존 작업을 무너뜨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작가가 SNS에 올리는 그림을 보며 화풍의 변화와 그 이유에 대해 궁금증을 가졌다. 김춘자 개인전 ‘포레스트 다이어리(Forest Diary): 먼 여행’은 그런 궁금증을 해소하는 자리였다.
부산 금정구 금정문화회관 금샘미술관 전시실1에서 만난 김 작가는 “오래 전부터 나 스스로를 해방시키고 싶었다”고 말했다. “어느 순간 자기 의지로 작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 의지로 작업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갤러리나 아트페어에서는 팔리기 좋은 작품을 원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전시는 “내가 그리고자 하는 작품을 보여주고 싶어서” 김 작가가 직접 기획했다. 전시에서는 평면부터 드로잉, 조형물, 사진까지 작가의 세계관을 마음껏 드러낸 작품 6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우선 벌레 먹고 썩어가는 나뭇잎 등을 찍은 사진 작업이 눈에 들어왔다. 김 작가는 매일 숲을 산책하며 사랑에 빠진 기록이라고 했다. “육아를 도와주기 위해 찾아간 딸의 집 뒤에 큰 산이 있어요. 사계절 내내 산에 가니 평소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 보이더군요.” 화사한 꽃 대신 메마른 낙엽에서 작가는 아름다움을 봤다. “가까이 가니 드로잉 같이 아름다운 선이 보이고, 거기에 담긴 생명의 이야기가 느껴졌어요.” 그는 스마트폰 카메라로 포착한 ‘자연과의 거대한 접신의 순간’을 회화로도 옮겼다.
김 작가는 자신이 그림으로 수십 년을 다룬 자연이 ‘피상적 상상의 세계에 불과했는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신작 ‘먼 여행’은 바로 작가가 하염없이 빠져든 자연 세계를 표현한 것이다. “근접해서 들어가니 너무 아름답고 신비로운 세계, 아주 먼 세계로의 여행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2년간 손주를 돌보던 일상이 작가로서의 저에게 또 다른 의미의 먼 세계이기도 했고요.”
평면 작품 ‘브레스(Breath)’는 초록 잎들 사이로 ‘숨길’을 냈다. 김 작가가 기존 작업에서 사용하던 눈이나 얼굴의 형상이 숨겨진 초록 숲은 인간적인 자연을 표현한다. 그림 속 형상은 조형 작품으로도 같이 전시된다. 흙, 지점토, 천사점토로 만든 조형물은 기존 전시에서는 거의 보여줄 기회가 없었던 작품이다.
김 작가는 자신의 작업에 대해 ‘형상으로 말한다’는 표현을 썼다. “초기에는 강하게 내치는 표현을 했다면, 살면서 조화롭고 순화된 형상 작업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오랫동안 작업하면서 정체된다는 생각이 들었고, 스스로를 부정하고 해체하는 과정을 가져 보자 생각했죠.”
과감히 자신을 버리고 해체하는 동안 김 작가는 ‘고독의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아무도 불러 주지 않는 시간이었지만 필요한 시간이었죠.” 김 작가가 작업을 해체하고 다시 찾아가는 과정은 드로잉과 일부 유화 작업으로 만날 수 있다. ‘유랑’은 얽매인 자신을 버리고 해체한 상태로 떠도는 김 작가의 모습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안정기에 접어든 작가가 변화를 위해 스스로를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과정을 만나는 전시. 작가는 “윤색이 아닌 하고 싶은 말을 그대로 하는, 100퍼센트 내 의도대로 그린 작품을 보여주는 자리라는 점에서 이번 전시가 개인적으로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자신의 그림에 등장하는 ‘뿔’이야기를 꺼냈다. “인간이 성장하면 몸은 더 이상 자라지 않지만 생명성은 계속 자라난다고 생각해요.” 66세 김춘자 작가에게 또 다른 뿔이 생겨난 것 같다. ‘포레스트 다이어리: 먼 여행’은 12일까지 열린다.//부산일보 2023.03.06. 오금아 기자//
장소 : 금샘미술관
일시 : 2023. 02. 28. – 0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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