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소개//
김지선 작가는 특정 공간에서의 기억을 바탕으로, ‘익숙하지만 낯선 공간’, 다시 말해 ‘어디엔가 존재할 듯 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공간(Nowhere)을 재구성하는 작업을 한다. 평면 안에서 풍경 인식에 관심을 갖고, 순간적으로 포착한 장소적 사실에 접근하는 방법부터 시작된다. 대자연의 여행뿐만 아니라, 길을 걷다가 만난 나무가 우거진 길에서 나는 바람소리, 나무가 우거진 한강, 우연히 발견한 내 집 뒤뜰 등 우연히 마주한 자연공간에서도 관심을 갖고 있다.
정서와 감각을 보태어 실존하는 풍경의 재구성은 작가를 통해 변화된 빛과 색채가 캔버스 위에 춤을 추듯 표현된다. 작가의 풍경은 존재하지만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낸다. 작업을 하기 전 특정공간에서 며칠간 일기처럼 사운드를 녹음하고, 영상, 사진을 촬영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작업은 경험으로부터 기초한 자료들에 의해 밑그림없이 진행되며 화면 안에서 자유로운 붓놀림으로 그리기 과정을 더해간다. 작가는 이 과정을 ‘캔버스와의 면담’ 이라 명명하고 기억에서 변해가는 과정의 인상을 담은 하나의 다이어리라고 부른다.
‘DANCING WITH THE SUN AND MOON’ 에서는 석양의 풍경을 중심으로 낮과 밤, 오묘한 경계의 시간대에 집중하여 전개된 풍경 작업과 어둠 속 옅게 반짝이는 달빛을 그려낸 풍경 작업을 선보인다. 시간성에 초점을 맞춰 과거부터 현재까지 수집된 풍경들에 작가의 정서와 감각을 더하여 미묘한 경계를 특유의 색채와 겹겹이 쌓은 붓질로 표현한다. 저물어가는 해의 색감과 어둠 속 빛나는 은은한 달빛의 풍경은 작가에 의해 변화되어 캔버스 위에 춤을 추듯 어우러진다.
우리는 실제 해와 달이 춤추는 순간을 보지 못하지만 김지선 작가의 존재하지만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공간에서는 해와 달이 자유롭게 춤을 추고 있다. 달빛 아래 춤을 추는 연인처럼, 낙조의 순간 역광의 그림자처럼, 대자연 속 휴식을 갈망하는 인간처럼 수 많은 붓질에 의해 노닐고 있다. 1월(一月)의 일월(日月)은 해의 길이가 짧아 석양과 어둠을 쉽게 마주할 수 있다. 유독 더 짙은 1월의 어둠을 보면 매서운 추위처럼 우리의 마음이 얼어붙는다. 하지만 작가가 그려낸 공간 속 빛의 감각을 보면 마알간 따스함이 피어오른다. 그 따스함을 느끼며 우리의 마음 속에도 춤사위 한 획을 그어본다면 실존하는 이 공간에도 마알간 따스함이 피어오를 것이다.
더 나아가, 벽에 걸려진 캔버스 작업들은 다른 매체보다는 관람객들의 움직임을 제한될 수 있지만 캔버스 안의 이미지들이 동선을 만들어주고, 그 동선을 따라 관람객들의 물리적인 움직임을 훨씬 더 적극적으로 연결하고자 하는 작가의 고민과 연구를 함께 경험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오브제후드//
장소 : 오브제후드
일시 : 2023. 01. 11. – 0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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