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문展(갤러리 림해)_20230109

//작품 평론//
I. 마띠에르 탐구
골판지(corrugated cardboard)는 두 장의 판지 사이에 골이 진 심지를 붙여놓은 것이다. 우리가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것이라서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코루게이터(corrugator)라는 이름의 고정밀 기계 라인에서 제조된다. 안에 있어야 하는 골의 크기와 각도, 종이의 두께 등에 따라 조절해야 할 것이 아주 많기 때문이다. 이 골판지는 생각보다 내구성이 좋아서 상자 형태로 바뀌어 수많은 물건을 담는 도구로 사용된다.

골판지 상자에 물건을 담고 테이프를 붙이면 상품을 담은 상자는 완성된다. 그래서 작가는 이 골판지 상자를 사회(생산자)에서 다른 사회(소비자)로 이동하는 하나의 완성된 세계로 보았다. 그리고 그것을 잘라 자신의 마띠에르로 사용하였다. 골판지 상자를 자르는 일은 작가가 살고 있는 현실 세계 중 가장 아픈 부분의 해체다. 골판지 상자는 물건을 담는 도구일 뿐만 아니라 이 넓은 세상에서 자신의 쉴 자리 하나 가지지 못하여 “바람으로 머리 빗고 비로 목욕하고(櫛風沐雨)” 다니는 사람들을 우리가 노숙자라고 부를 때, 그들의 끌리세처럼 보이는 대상물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작가에게 골판지는 저렇게 화려한 사회의 밑바탕이 되는, 버려지고 또는 스스로 소외된 사람들의 상징이다.
또한 골판지는 잘라 붙이고 나면 화면에 경계가 확연히 드러난다. 지역과 지역을 가르는 담을 골판지만큼 잘 나타내기는 어렵다. 현대인 사이의 벽을 명확하게 드러낸다. 작가는 골판지에서 이런 상징을 발견하였고, 자신이 바라보는 세상을 그려낸다.
장 뒤뷔페(Jean Dubuffet)가 캔버스에 물감을 두껍게 바르는 “오뜨 빠뜨(Haute Pates)”라는 마띠에르로 잉포르멜(informel, 비정형) 추상화를 추구하였다면 조용문은 골판지라는 마띠에르로 도시와 세상을 그리는 포르멜(formel, 정형) 추상화를 그리는 것이다.

II. 디지털 여행
천문과 지리는 오랜 세월동안 권력자의 전유물이었다. 미래를 알고 현재의 세상을 모두 아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서양에서도 동양에서도 모든 사람을 위한 지도를 만드는 작업은 끊임없이 이어져왔다. 그리고 디지털 문명과 과학 기술의 발달은 지도 분야에서 엄청난 성과를 이루었다. 스푸트니크에서 시작한 인공위성 지도는 항공 촬영술과 병행하여 우리에게 지구 어느 곳이나 아주 쉽게 살필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주었다.

어린 시절 시골에서 아버지 따라가다 길을 잃어 초저녁부터 한밤중까지 헤매고 다닌 기억이 트라우마로 작용해서 지도에 집착한다는 작가는, 구글 지도와 위키피디아를 활용하여 전 세계를 여행한다. 지금까지 체험할 수 없었던 새로운 디지털 여행이다. 직접 그곳으로 가는 여행과 다른 이의 경험을 통해서 얻는 간접 여행, 즉 책과 종이지도, 지구본과 백과사전을 통한 여행이 아날로그 여행이라면, 구글 어스와 각종 포털의 지도, 그리고 위키피디아를 이용한 여행은 디지털 여행인 셈이다.//안국진//

//작가 노트//
본인의 작품 내용은 처음에는 image of map을 가시적(구상적)으로 감상될 수 있는 작업으로 지역지도 즉 각 도시를 상공에서 볼 수 형태를 조형적으로 재해석하여 작품을 완성하여 전시해 왔으나 작업은 차츰 진화하여 최근에는 미니멀한 느낌의 추상적인 표현으로 화면을 구성하고 있다.
아직은 폐박스(골판지)를 이용한 up cycling을 차용하여 콜라주 기법을 이용(골판지 단면을 절단하여 화면에 부착하여 그 위에 채색)하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전시 중 new creative인 작품이라고 평하는 관객들의 작품 감상 소감을 포함하여 스스로 새로운 장르의 카테고리 개척자로서 고통과 희열을 느끼며 앞으로 미지의 map이 조형적인 형상에 대한 궁금증이 호기심을 자아내면 본인 작업의 진화가 발전적으로 나아갈 것이라 믿어본다.//조용문//

장소 : 갤러리 림해
일시 : 2023. 01. 09. – 0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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