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노트//
Grotesque Series Ivory Tower는
멸종동물이 도살당한 현장의 참혹한 모습을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로 생생하게 보여준다. 해골과 심장들은 새까맣게 탄 채로 섬뜩한 빛을 내뿜으며 유골함에 담겨져 있고(CUBE), 뼈와 상아는 발골된 상태로 전리품인 양 벽에 달려 싸구려 액자를 비추고 있으며(BONE), 몸통은 반듯하게 썰려 그 고통의 몸부림을 숨긴 채 바닥에 무심히 놓여 있다(HACK). 죽음의 그림자로 가득하다. 그야말로 그로테스크하다.
이와 함께 빛나는 지성은 상아탑에 갇힌 채 썩어가고 있다.
그러나 ‘Grotesque Series Ivory Tower’는 죽음을 위로는 하지만 삶을 포기하지는 않고 있다. 이 작품에서 생명체는 자신에게 향을 꽂아(인센스의 기능) 스스로 명복을 빌고 있지만, 해골과 심장을 다양한 색감을 넣어 표현하고(CUBE), 발골된 뼈와 상아를 아름답고 빛나게 조각하고(BONE), 반듯하게 썰어진 부분 아래에 살아남으려는 몸부림 같은 뒤틀림을 보여줌으로써(HACK) 아직은 희망이 있음을 보여준다.
‘Grotesque Series Ivory Tower’의 이러한 역설은 하나의 사건이나 상황에서 모순되고 상반된 감정이 동시에 일어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와 같이 모순된 감정들이 서로 충돌하는 상태 또는 그 충돌이 해소되지 않아 혼란이 극에 달한 상태, 이러한 상태가 그로테스크이다.
또한 ‘Grotesque Series Ivory Tower’는 아름다운 그로테스크를 보여준다. 아름다운 그로테스크를 통하여 그로테스크한 상태가 해소되기를 꿈꿨다. 그러나 그것은 어쩌면 불가능한 꿈일지도 모른다.
아름다운 그로테스크라는 말만큼 그로테스크한 것은 없으므로, 세상은 그로테스크 그 자체이므로.//강다현//
장소 : 갤러리 서린스페이스
일시 : 2022. 08. 26. – 10.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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