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노트//
현대사회의 대부분이 자본의 논리에 의해 결정되는 상황이다. 우리는 온갖 물질이 넘쳐나는 세상 속에서 부족함 없이 살고 있지만 여전히 만족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욕망의 매커니즘은 우리들로 하여금 끊임없이 또 다른 어떤 것을 갈구하게 만든다. 인간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때때로 타인에게 정신적, 육체적 폭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나만 잘살면 된다는 이기적인 생각은 삐뚤어진 욕망을 낳게 되고 전염병처럼 타인에게 전파된다.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점점 인간은 타인에 대한 배려심은 사라지고 자기 밖에 모르는 이기주의자가 되어간다. 타인에 대한 이해와 소통의 상실은 우리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뿐이다. 이러한 현상은 더욱 가속화되어가고 있다.
몇 년 전 나는 우연히 ‘베스트오퍼(The Best Offer)’라는 영화를 보았다. 영화에서 주인공은 그림 감정가이자, 수집가이다. 주인공은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손에 넣고 만다. 그리고 자신만의 공간에 넣어 두고 세상을 다 가진 표정을 지으며 혼자 그 작품들을 감상한다. 그리고 우연히 한 여성을 만나는데 영화 속의 주인공은 그 여성에 집착한다. 그리고 그 여성에 눈이 멀어 이성을 잃고, 모든 것을 잃고 만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비트코인, 주식, 부동산투자로 일확천금을 노린다.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여 이성적판단을 하지 못하고 ‘남이 하니까 나도 해보자‘라는 식의 투자를 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욕망의 구렁텅이로 빠지게 된다.
나는 현대사회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욕망심리를 나만의 표현방식(병치, 집적, 분열, 변형)으로 보여주고, 이를 통해서 냉혹한 현실 속에서 점점 더 괴물로 변해가는 인간의 모습을 나타내고자 하였다.
이번 전시에는 대략 10~12점 정도의 작품을 소개할 생각이다. 작품은 페인팅작업과 드로잉, 설치작품, 오브제로 이루어지며, 재료는 천, 스틸, 나무, 흙 등등 다양하게 다루어 보았다.
‘변신의 시간’은 200호의 평면작업이다. 화면 속의 색은 대부분 붉은색이다. 작품을 보고 있으면 그로데스크하며, 왠지 모를 오싹함이 느껴진다. 화면 앞의 아이들은 마치 공포영화에 나오는 괴물처럼 보이기도 하고 주술을 거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하다. 어릴 적부터 우리는 사회화된 체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알게 모르게 처세술을 배우며 성장한다. 또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학교를 마치고 학원에서 교육을 받는다. 스스로 원해서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욕망이 투사되어 반영된다. 자신의 정체성을 상실한 채 괴물로 변해가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 하다.
‘욕망-몸부림’은 언뜻 해골 인형처럼 보인다. 자세히 보면 해골 인형이라 하기엔 손이나 다리, 머리가 많아 보여 인체도감에서 보던 해골의 형상은 아닌 듯하다. 그리고 인형 군데군데에 방울이 달려 있다. 인형을 스치면 방울이 딸랑딸랑 거리며 소리를 낸다. 이 소리가 죽음을 암시하는 것 같기도 하고 일종의 경고를 알리는 메시지 같기도 하다. 허공에 메달린 인형을 보면 죽어가는 줄도 모른채 허황된 꿈을 쫓아 몸부림치는 인간의 모습이 떠오른다.
‘고통을 견디며 자라난 별’이라는 작품은 은색 금속 구모양의 물체가 불안정한 지지대 위에 올려져 있고, 수많은 바늘이 구의 아랫부분에 꽂혀 있다. 위태롭게 보일 수 있지만, 중심을 잡으며 꿋꿋하게 서 있다. 우리는 인생에서 수많은 고통과 아픔을 참으며 살아가고 있다. 타인의 욕망에 의해 고통받고 수없는 좌절을 경험하지만, 그 시련들을 통해서 우리는 더욱더 단단하게 성장한다.
‘욕망-그것들’은 세라믹으로 구성된 작업이다. 동물도 사람도 아닌 형상들이 뒤틀려져 있거나 기괴하고 우스꽝스럽게 보인다. 하지만 그 형상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어딘지 모르게 사악함이 보이는 부분이 있다. 우리는 외면만 보고 사람을 판단할 때가 많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우리는 자신의 실체를 감추고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욕망-그것들’이라는 작품을 보면 인간 내면의 추악한 민낯들을 들여다보는 것 같다.//김성철//
장소 : 미광화랑
일시 : 2022. 08. 26. – 09.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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