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혜인展(미광화랑)_20220819

//작가노트//
한국어로 조각이라는 단어에는 두 가지 다른 의미가 있다. 하나는 한 물건에서 따로 떼어 내거나 떨어져 나온 작은 부분을 의미하고, 다른 하나는 재료를 새기거나 깎아서 입체 형상을 만드는 것을 일컫는다. 미술 내에서 작품들을 분류하는 기준으로 사용하는 그림과 조각이라는 단어가 하나의 합성어처럼 쓰이고 있어서 표면적으로는 2차원 평면 회화가 3차원의 입체 조각으로 이행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평면 회화가 입체적인 형태로 이행한 결과보다 어떻게 하나의 그림이 여러 조각으로 되어가는지 그 과정에 집중하였다.

이번 작업은 2년 전, 무용수와 공동작업을 하면서 시작되었다. 그 당시 2018년도에 완성해서 전시했었던 그림 하나를 무용수에게 건네주면서 자유롭게 움직여보기를 요청하였다. 그리고 무용수가 그림과 함께 움직이는 과정에서 그림이 뜯어지고 찢어지면서 여러 조각으로 분리되었다. 나는 이 분리된 그림 조각들을 ‘움직임의 잔상’이라고 부르는데, 무용수가 움직이면서 일어났던 율동감이 그림에 흔적처럼 배겨있다는 의미이다. 이번에 나는 이 움직임의 잔상들을 잘 드러내 보여주면서 그림에 생기를 부여하고 싶었고, 그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입체 형상으로 표현이 되었다.

//크리틱: 조은비//
성혜인 작가는 기존의 회화 시스템을 유지시키는 관습적 문법을 따르기보다 고정된 실체들이 포착하지 못하는 과정으로써의 움직임에 집중하고 있다. 2018년 개인전 ‘소실점’에서 작가는 점을 가지고 작업을 하면서 동시에 흔적들이 존재하는 순간을 보여주었다. 점은 우리에게 기록하는 수단에 가까웠지만 작가에게 점은 실용성이 거부된 존재들의 흔적으로 재현되었다. 그리하여 여간해서는 육안으로 판명되지도, 또 보이지도 않는 부재하는 것들을 기억하기 위한 목적으로 발전될 수 있었다. 2020년 개인전 ‘나는 잠을 자고 싶지만, 너는 춤을 추어야만 하네’에서 작가는 이미지를 뜯고, 의미의 연상화(operationalization) 작용을 찢어 내면서도 반복이나 강박에 머무르지 않았다. 한 발짝 나아가서 작가의 그림-이미지는 무용수와의 협업과정을 통해 비로소 고정된 의미에서 움직이는 이미지로 해방될 수 있었다. 이번 개인전 ‘그림조각’에서 작가는 여러 갈래로 분리된 그림조각들을 입체적인 형상으로 새롭게 구현하였다. 이렇듯 점에서 시작된 작가적 이미지 연구는 끝없이 변주되어 다양한 모습으로 매순간 새롭게 전시되고 있다.//조은비//

장소 : 미광화랑
일시 : 2022. 08. 19 – 08.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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