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노트//
시간의 길을 가다 – 나비에 관한 내 생각의 여정(旅程)
시간과 세월을 이길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시간은 그 무엇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흘러 가버린 뒤,
결코 원래의 자리로 돌아오지 않는다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괴물은
바로 ‘시간’이다. – 배철현, ‘심연’에서
‘코로나 이전의 세계는 다시 오지 않는다….’
“폭풍은 지나가고 인류는, 우리 대부분은 살아남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전과는 다른 세상에서 살아가게 될 것이다.” – 유발 하라리
30만 명 이상의 유대인이 살해당한 나치의 강제 수용소 마이다네크(Maidanek)의 수용소 벽 가득히 새겨진 나비 그림을 보고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그것은 죽음과 같은 상황 속에서도 번데기에서 나비로 변하듯 다시 태어나는 還生의 의미, 어떤 형태로든 다음 생에서 계속 살아남으려는 인간의 꿈, 삶에 대한 의지이다.’ 라고 말하였다. 이 글을 읽고 나는 내가 맞닥뜨린 이 세상의 벽과도 같은 막막함을 견디어 낼 수 있는 어떤 큰 힘 같은 것을 떠올렸다.
나비에 관한 내 생각의 여정은 이렇게 시작되었고, 그 후 이 작고 연약한 곤충에 관한 내 생각들은 다양하게 변용되고 발전되었다. 나의 나비는 그 작고 미세한 날개의 떨림으로 죽음의 골짜기에서 스스로 날아오르고자 하는 구원의 표징이 되기도 하며, 때로는 젖은 날개로 폭풍의 바다를 하염없이 건너가는 희망의 손짓이 되기도 한다.
이렇듯 나의 나비는, 세상에서 가장 작고 미세한 어떤 것의 힘, 그 가장 작으면서도 근원적인 힘이 가지는 무한함을 이야기한다.//이숙희//
장소 : 피카소 화랑
일시 : 2022. 08. 17 – 08. 30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charmbi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