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윤展(금샘미술관)_20220614

//평론글//
Green – 삶의 총체성 회복을 상징하는 코드 ● 2021년 이정윤 작가의 개인전 제목은 「GREEN」이다. 폐쇄적인 상태에서 자신에게 몰입하면서 작업하기보다 주변 상황에 민감하고 교류가 활발한 작가에게 최근 세계에서 벌어지는 상황은 작업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부제목인 ‘사라지는 노래, 살아지는 노래-The song for leaving and living’에서 시사하듯이 작품은 생명과 그 생명의 떠나감에 대한 것이다. 새로운 작업은 유리를 재료로 사용하게 되는 시점과 맞물려 이전의 오브제 작업들과는 다른 기법과 결과물로 나타났다. 작가는 색이 있는 판유리에 생기가 사라져 말라버린 식물을 얹고 자투리 유리가루를 뿌린 후 가마에 넣어 이미지를 성형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퓨징기법이라 불리는 것으로써 유리와 다른 재료가 섞인 채 녹아서 새롭게 재탄생된다. 정방형의 색유리 위에 이미지를 만들도록 선택되는 것은 살아 있다가, 또는 쓰이다가 거두어진 것들이다. 작업노트를 통해 밝힌 바와 같이 작가는 이 과정 속에서 죽음, 소멸, 사라짐에 대한 종교의식과도 같은 정화과정을 거친다. 그리고 다시 일상을 새로운 눈으로 맞이할 준비를 한다.

● 작가는 초록(GREEN)이라는 단어를 염두에 두고서 작업을 진행하였고 사람들에게 이 단어가 가진 함의에 대해 생각해보고 공유해보자는 제안을 했다. 전시에는 작가 이외의 여러 사람들에 의해 초록을 떠올리고 선택한 사진들로 편집된 동영상과 관련한 생각을 적은 글들이 함께 전시된다. 색상의 명칭인 초록(GREEN)은 한정된 색상을 지시하는 것을 넘어 상황을 묘사하거나, 지향하는 가치를 드러내는 등 폭넓은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기후변화와 그로인한 재해, 인간이 만들고 있는 시스템에 대한 대대적인 반성을 떠올릴 때 자연스럽게 이끌리게 되는 단어이기도 하다. ● 색상 초록에 한정되지 않는 ‘초록 GREEN’은 이정윤 작가에게 관계의 대상이 인간만이 아니라는 의식의 확장과 더불어 ‘살아있음’의 가치만큼 ‘사라지는’것에 대한 자연스러운 수용의 상태를 표현하는 코드로 사용되었다. 구체적인 형상이 사라진 유리 패널은 모호한 흔적과 아름다운 색상으로 빛나며 삶과 죽음이 섞여 통합된 이미지로 관객들에게 제시된다. 사람이 들락날락 할 수 있는 정도의 크기로 만들어진 유리 구조물은 빛의 샤워를 받으며 전시장에서 관람객들을 맞이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의 일상에서 접촉이 공포가 되고, 모두에게 닥친 위기상황이 취약한 조건의 사람들에게는 극단적인 생존의 위협으로 작동되는 것을 목격하면서 우리는 이제 생명과 죽음이라는 근원적인 사유를 하게 되었다. 우리는 예측할 수 없는 세계에 대한 무기력에 직면해 있다. 상실은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일상이든 생명이든. 그러나 이정윤 작가는 또다시 자신만의 판타지로 현실을 각색한다. 어떤 이야기를 믿을지는 각자의 선택이지만.//신혜영 이상원미술관 학예연구실장//

장소 : 금샘미술관
일시 : 2022. 06. 14 – 07. 10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charmbi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