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서문//
이지현은 작품에 강한 열정의 이미지를 드러내기도 하고 솜뭉치 같은 부드러운 희망의 이미지를 드러내기도 한다. 한마디로 열정, 추억이나 희망을 들추어낸다. 생각해 보면 열정과 희망은 서로 무관한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꿈과 희망으로부터 열정이 솟아나는 것이니, 서로 다르지 않다. 그의 작품세계는 이런 것들로 얽혀있는 우리네 삶을 지적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지현 작가는 2008년 작품발표(부산미술대전 우수상)를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개인전(12회), 그룹전, 단체전 등에 적극적으로 활동하며, 현재 ‘열정, 꿈과 희망’으로 일가(一家)를 이룬 작가이다. 작품의 주 소재는 맨드라미, 풍선, 코끼리, 양, 강아지, (바다)풍경 등 추억이나 상상과 연관된 것이다. 그는 이들 소재를 열정, 꿈, 희망 등의 이미지로 풀어낸다. 예를 들면, 맨드라미는 꽃말 그대로 태양 같은 열정이겠지만 무리로 피어있는 그 모습은 꽃말이 아니라도 정말 뜨거운 열정의 느낌을 준다. 풍선은 꿈이나 희망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하다. 이렇게 작품의 소재로부터 열정과 미래를 향한 인간의 꿈을 상징하는 그림으로 읽을 수 있겠으나 평자는 여기에 더하여 다른 면을 보고 싶다.
좋은 작품이라서 그러한가? 이지현의 작품을 자세히, 그리고 조용히 보면 볼수록 생각되는 것이 많아진다. 태양같이 이글거리는 맨드라미, 풍선 뭉치에 매달려 두둥실 떠오르는 코끼리, 풍선을 끌고 가는 강아지, 즐겁고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어린이가 좋아할 그림이고, 이해하기 쉬운 그림이다. 그러나 『이솝우화』가 표면에 드러나는 것은 아동용 이야기책이지만 내면으로는 사유 깊은 성인용 책이듯, 이지현의 작품이 그렇다.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서 달리 생각할 수 있는 그림이다. 그냥 가볍게 즐기는 그림일 수도 있다. 그러나, 매 순간 ‘지금 이 순간’의 선택을 위해 과거를 돌아보고(맨드라미 꽃동산, 풍선 놀이 등의 추억) 미래를 앞당겨보는(희망) 우리네의 실존적 삶을 비유한 그림일 수도 있다. ‘이솝우화’가 표면의 이야기보다 내면을 이야기하기 위한 풍자이듯, 이지현의 작품에 대한 평자의 관점은 후자이다. 작가는 도도히 흐르고 있는 물질만능주의, 열정도 희망도 찾기 어려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네 현상을 그림으로 역설한 것은 아닐까? 달리 말하면 오늘의 나를 구성하고 있는 과거의 추억을 들추어내고, 내일의 희망을 암시하면서 오늘의 열정을 말하고자 하는 것, 서정적 삶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최근 수년에 걸친 이지현의 작품세계가 아닐까?
열정과 희망, 꿈, 상상력은 인간만이 가진 위대한 특권이다. 이 특권은 나무에 열린 과일을 따듯 성취하면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끝없이 가져야만 하는 것이다. 이러하기에 이지현 작가의 작품은 우리의 가슴에 언제나 품고 있어야 하는 소중한 작품이다. 특히 오늘날과 같은 팬데믹 시대에서는 더욱 그렇다.//정연은(교육철학박사)//
장소 : 이젤 갤러리
일시 : 2022. 04. 18 – 04. 29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charmbi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