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
김천관의 ‘소소함’
정연은(교육철학박사)
김천관은 작품과 의사소통하는 작가이다. 소재는 누구나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근사한 것이 아니라 주변부에 주목한다. 남들이 하찮게 생각하는 것, 마음에 두지 않는 것, 보고도 그냥 지나치는 사소한 것들이다. 작가는 이것을 남과 다르게 보고, 다르게 생각하며, 다르게 표현하여 생명을 불어넣는다. 주변부는 웅대하지 않고 찬란하지도 않다. 모두의 관심밖에 있는 보잘것없는 존재이다. 사실, 누구나 주목하는 범주는 변별력을 가지기 어렵다. 차이를 발생시키는 곳은 중심부가 아니라 주변, 큰 것이 아니라 작은 것에 있음은 사실이다. 그래서 작가가 계산적으로 주변부에 집착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의 심성이 본래 그러하기에 자연스럽게 선택한 것이 주변부이고, 이것이 더 우리 가슴에 와 닿게 한다는 것은 나중에 알아차린 것이리라.
2017년부터 김천관 작가의 작품 방향은, 잊어가거나 소외되는 소소한 소재들과 우리의 마음을 연결하는 작품을 발표해 왔다. 찌든 도시 생활로 어느덧 잃어버린 우리의 서정성을 살리고 마음과 생각의 폭을 넓게 하는 것에 주목한 것이다. 위안은 큰 것에서가 아니라 작은 것, 소소한 것에 있다는 것을 작가는 작품으로 보여주고자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작가의 천성과 더불어 남다른 감각, 재주, 개성이 더해져야 가능할 것이다. 김천관 작가는 이런 점에서 독특하다. 심성이 순박하고 자연친화적이다. 그림으로 보는 작가는 동자(童子)의 순진한 영혼이면서 산전수전에서 얻은 지혜로운 영혼으로 보인다. 그리고 작품에 대한 집착이 남다르다. 수도자같이 연일 몇 시간 연속작업에도 지칠 줄 모른다. 구도며 표현이 감각적이면서 절묘하다. 마티에르, 털을 그린 것이 아니라 하나하나 심듯 그린 세밀한 묘사, 여기서 쏟아지는 감성적 느낌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그의 작품은 마음을 열고 자세히 봐야 한다. 그리고 오래 보고, 느껴야 하는 그림이다. 그의 그림에 등장하는 물고기, 얼룩말, 나무, 선인장, 작은 동물 등 모든 소재는 ‘인간목적’인 ‘사용’의 대상이 아니다. 예를 들면, 그의 작품 ‘소소한 꿈’에서의 ‘부엉이’는 본래의 부엉이가 아니라 이것을 초월한 이미지이기 때문이다. 작가가 ‘부엉이를 눈여겨보니 어느덧 관심이 생겼고, 정감을 느꼈고, 위로를 받게 된다.’ 했듯이 작가에 의해 재해석된 부엉이는 지혜나 건강을 상징하는 동물로서의 부엉이가 아니다. 형형색색 옷을 입은 부엉이는 우리와 정감을 나눌 수 있는 대상, 뜻이 통하는 동료로서의 부엉이이다. 여기서 우리는 오늘에 살면서 잃어버린 소박함, 사랑, 연민의 정 등 소소한 것들을 채우게 된다. 이것이 작품을 대하는 우리네의 소박한 행복이 아닐까! 그리고 이것이 우리가 바라는 진정한 예술, 우리에게 필요한 예술의 역할이 아닐까?
그동안 우리는 얼마나 소소한 것에 관심을 가졌던가? 김천관의 작품은 작은 것의 소중함, 정말로 정말로 소중한 것은 큰 것이 아니라 작은 것, 소소한 것에 있음을 보여준다.//정연은//
장소 : 갤러리 오로라
일시 : 2022. 02. 25 – 03. 24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charmbi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