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설명//
현대미술연구소 CARIN은 2013년 그 전신인 메르씨엘 비스(galerie merciel bis)로 오픈한 이후 꾸준히 생활과 예술을 이어 주는 다양한 전시를 기획해왔다. 라이프 큐레이터로서의 그 역할을 이어 받아 CARIN은 임인년 첫 전시로, 다가오는 맑고 밝은 ‘새로운 봄’을 우리의 삶 속에 맞이하는 ‘스프링 온 더 테이블‘전을 준비했다. 지난 3년간 겪어온 어렵고 힘들었던 모든 것들은 털어 내고 그 어느 때보다 화창하고 눈부시게 다가오는 임인의 봄을 맞이하는 마음으로 봄 맛 가득한 테이블을 차려 보았다. 따뜻하고 온화한 새봄의 정취와 함께 우리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카린의 열정적인 작가들을 만나보시기 바란다.
이번전시에는 목공예작가 강석근, 최기, 임정주와 권나리, PLANE, 김별희, 김윤지, 오선주, 윤세호, 이지수, 이혜미, 최정호, 위도 스튜디오 10명의 도자기 작가 그리고 공행재, 김재훈 금속공예작가의 작품으로 선보인다.
강석근 작가가 생각하는 공예는 쓰임의 실용성에 작가가 가진 예술적 감성을 담아 아름답게 손으로 만드는 것이라 한다. 실용성, 감성, 손, 아름다움 4개의 키워드로 구성되며, 쓰임의 실용성을 기본바탕으로 잡으면 예술적 감성과 대립하지만 서로 조율하고 양보하며 만들어 간다. 흔히 나무 부엌용품은 무겁고 쓰기 불편함을 떠올리지만 작가는 이 점을 보안하기위해 나무에 옻칠 작업 후 가마에서 구워내어 얇고 가벼운 작품을 탄생했다.
김별희 작가는 우리의 생활방식이 현대화됨에 따라 쓰임새를 잃어가는 ‘전통사물’을 소재로 도자기만이 가진 특성을 이용하여 새로운 가치를 제안하고 있다. 주로 ‘소반’을 주제로 다도구를 제작하는데,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전통 소반은 대부분 조선시대의 것으로 시간이 지나면 썩고 파손되는 목가구의 특성 때문에 이보다 더 오래된 소반은 접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이러한 물성적인 약점을 가진 소반을 도자기소반으로 구현함으로써 물과 열에 취약한 물질적 한계를 보완하여 다양한 활용방안을 제시한다.
임정주 작가의 circle edition은 커브 연작의 네 번째이다. 커브의 연작은 곡선을 만드는 방법 연구의 일환으로 2015년부터 계속 이어온 작업이며, 이번 circle edition 은 두개의 원에서 나오는 선의 조합으로 다양한 형태의 그릇을 목선반을 이용하여 깎아 나간다. 원형, 타원형, 원형의 일부, 타원형의 일부 각각의 지름의 크기와 조형을 조합하여 여러 가지 형태를 제안한다. 그에 더해 나무가 가지는 자연의 변화도 함께 보여주고자 했다. 나무는 생각한 형태로 깎는 다는 행위는 그 형태의 완성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나무는 주변 환경의 변화로 인해 스스로 가지고 있는 수분의 양이 변함으로써 형태가 틀어지거나 갈라짐이 발생한다. 이러한 현상은 사람이 예측할 수 있는 것이 아닌 나무가 그 동안 살아왔던 환경 즉, 햇빛을 많이 받았는지, 땅에 수분이 많았었는지, 주변에 나무가 많았는지, 바람이 잘 불어왔는지 등에 따라 변화하는 폭이 달라지게 된다. 위의 형식을 가지고 생각하는 형태를 깎고, 나무 태움으로써 나무가 가진 수분을 빠른 속도로 날려 변화를 일으켜, 한 번 더 나무가 가진 곡선을 표현하고 했다. 이전까지의 작품성향이 직선과 곡선을 강조하며 나무의 결점을 최소화 하여 완벽한 형태를 추구하였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나무의 형태와 성질을 고스란히 반영하여 불완전한 형태를 드러내는 나무의 천성과 자연스러움을 강조하고 있다.
오선주 작가는 일상의 풍경 속에 따뜻하고 고요하게 놓여지는 사물을 만든다. 유약을 실용성을 고려한 최소한의 영역에 사용하거나 얇게 발라, 흙 자체가 가진 느낌을 최대한 드러내어 작업한다. 시각적으로는 질감을 드러내지만, 표면을 연마하여 촉각적으로는 조약돌과 같은 느낌을 추구한다.
권나리 작가는 다양한 형태의 도형이 꼴라주된 도자작업을 선보인다. 여러 가지 형태의 도형들을 적절하게 배치, 결합하여 여러 가지 형상으로 만들어진 생활 속 사물이다.
물레성형을 통해 간결한 선과 형태로 제작된 ‘物 – Collaged Geometry’는 기본적인 도형들이 각자의 색을 입고 서로 결합된 형태로 이루어져있다. 하나의 유닛마다 각자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개체들은 각각의 형태와 색상의 관계에서 무수한 새로운 사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다. 이처럼 다양한 조합가능성을 가진 ‘物 – Collaged Geometry’는 사용자가 생활 속에서 직접 사용하며 새로운 용도를 발견할 수 있으며, 각각의 유닛들이 만나는 과정에서의 스토리를 상상하며 신선한 재미를 찾을 수 있다.
김윤지 작가는 2018년부터 백자다과상을 만들어오고 있다. 백자다과상 시리즈는 희고 고운 백자와 함께 가벼운 찻자리를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현대 사회에서 바쁘게 살아가다보면 스스로를 충전하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고 느끼기에 어떻게 하면 많은 사람들이 조금 더 가볍게 휴식의 시간을 가질 수 있을까 고민하며 제작하였다고 한다 . 조선시대부터 제작된 백자의 특성을 그대로 활용하고, 조선 백자에서 볼 수 있는 형태들을 현대적으로 해석하여 만들고 있다. 백색도가 가장 높은 백자 흙을 사용하여 물레를 차고, 예리한 칼로 깎아낸 뒤 950도에 초벌한 후 건강에 유해한 성분이 없이 직접 만든 유약을 사용하여 1280도의 고온에서 소성한다. 그 이후 비로소 완성된 백자 그릇들은 투명할 정도로 맑은 빛을 내는 흰 색이며 매우 단단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또한 기존에 볼 수 있는 투명유나 매트유가 아닌, 은은한 결정이 피어난 하늘빛 유약을 가까이 들여다보며 시각적인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하늘에 흰 눈이 내리는 듯한 결정이 보이는 유약은, 더운 여름날 시원한 차를 내어도 좋고, 또 날이 추워지면 따뜻한 차를 내어도 어울린다.
이지수 작가의 Fliessen은 작업의 메인 테마이고 독일어로 흐름이라는 뜻이다. ‘시간의 흐름을 잊을 만큼 몰입한다’라는 심리학적 뜻도 가지고 있다. 이런 몰입의 단계에서 작업을 통해 작가는 에너지의 샘솟음과 열정을 느끼며 작품과 하나 됨을 느낀다. 작품에 사용된 다양한 흙들은 손과 머리를 거쳐 수년간의 수많은 실험과 습작으로 탄생된 흙을 기반으로 시간의 여정을 작품 속에 담고자 한다. 도자작업은 많은 축적된 경험과 실험과 계산이 수반된 불의 힘을 조절하는 기본능력이 있어야 하고 그것과 더불어 심미성과 기능성도 충족시켜야 한다. 그래서 때로는 많은 철학적 사고보다 철저한 계산과 섬세한 손작업을 통한 디자인 실현이 먼저일 경우가 종종 있다. 오브제 작업을 기반으로 한국과 독일에서 공예를 시작한 작가는 오브제와 실용도자기의 중간지점을 고집하며 작업을 해오고 있다.//CARIN//
장소 : 카린
일시 : 2022. 02. 05 – 03. 31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charmbi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