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노트//
침향무(沈香舞)의 자(自)해석은 ‘가라앉은 물속의 향기로운 움직임’ 이다.
‘자개’라는 물성을 처음 접했을 때 받은 인상은 바로 ‘물빛’ 이었다. 마치 햇살을 받은 물의 표면처럼 반짝이는 색광의 효과와 바라보는 시선의 방향에 따라 형형색색으로 변하는 모습은 작업의 방향전환을 위해 고민하던 나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남들과 다른 나만의 작품을 만들고자 했던 작업 초기의 생각이 ‘자개’라는 소재를 만나게 이끌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침향무’라는 제목의 작품 대부분은 전복의 박패를 가공한 판자개로 제작되었다, 판자개의 투명성을 이용하여 바탕의 그림이 비쳐 올라오면서 자개 고유의 색광과 더해지면서 마치 물속의 잉어가 노니는 것처럼 화폭에 나타나는 것이다.
‘자개’라는 소재로 제작한 작품이지만 전통의 나전과는 제작과정에서 많은 차이가 난다. 전통을 응용한 현대적 작품 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자개로 작업한 지난 십여년 동안 나름 꽤 많은 작업의 변화를 시도하면서 나의 색을 찾기 위해 노력해 온 것 같다. 초기 구상작품에서는 ‘침향무’ 시리즈와 ‘침묵의 땅’ 시리즈가 있고 그 후의 작업은 입체작업인 ‘합’ 시리즈와 ‘빛으로부터’ 시리즈가 있다. 그리고 변형된 ‘침향무’ 시리즈와 최근에 진행하고 있는 ‘순환의 공간’ 시리즈가 자개를 접한 후부터 작업해 오던 것들이다. 위의 작업들은 기존의 회화작업에 비해 시간과 노동력을 배 이상 요구한다.
판넬 혹은 수지의 기초 작업과 밑그림만 해도 일반 작품의 완성시간과 비등하게 소요되고, 그 위에 자개를 붙이고, 마감 작업까지 완성해야 비로써 작업이 끝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완성하고 나서야 전체 작업을 볼 수 있으므로 마지막에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는 수정을 할 수 없으므로 작품이 폐기하여야 한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든 작업이지만 아직까지는 작업이 주는 행복이 더 크기 때문에 작업을 중단할 수 없을 것 같다. 힘이 받쳐주는 그 날까지는 계속된 오늘과 같은 일상이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유진구//
장소 : 이젤 갤러리
일시 : 2022. 02. 16 – 0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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