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소식//
상응(相應 ,Correspondances)
샤를 보들레르
자연은 살아있는 기둥들로부터
이따금 어렴풋한 말들이 새어나오는 하나의 신전
사람은 다정한 눈길로 그를 바라보는
상징의 숲속의 지난다.
어둡고 깊은 조화 속에
멀리서 합치는 메아리처럼,
밤처럼 그리고 광명처럼 한없이,
향기와 색채와 음향이 서로 화답한다.
어린애의 살결처럼 신선하고,
오보에처럼 부드럽고, 초원처럼 푸른 향기가 있고,
– 또 한편엔 썩고, 풍요하고 승리에 찬 향기가 있어,
용연향, 사향, 안식향과 훈향처럼,
무한한 것으로 퍼져나가
정신과 감각의 양양(昻揚)을 노래한다.
보들레르의 상응이라는 시에서 시인이 그러하듯 작가 홍일화는 자신이 보고 느낀 숲, 제주 곶자왈의 깊은 숲속에서 자연과 상응(교감)하며 깨달은 바를 시가 아닌 붓으로 캔버스에 녹여냈다. 야생의 숲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제주 원시림은 홍일화 작가에게 넘쳐흐르는 상징의 숲이었다. 프랑스와 한국을 오가며 활동하는 홍작가가 2019년부터 2년여동안 제주에 머물며 작업에 집중한 이유이다.
작가는 곶자왈 중에서도 가장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숲속에서 가시덤불을 발견했다. 가시박, 돼지풀, 아기수영, 환삼덩굴 같은 생태계 교란종이라고 알려진 식물들이었다. 사람의 시선으로는 불편하고 위험하게 느껴지는 가시덤불을 들여다보던 작가는 가시 아래 몸을 숨기며 자라나고 있는 무수한 생명을 마주한다. 사람들로부터 숲을 지켜온 가시의 모습과 그 모든 식생이 어우러져 900여종의 생명체가 상응하고 있는 숲속에서 작가는 사람의 시선이 아닌 자연의 관점으로 자연을 보는 법을 깨닫는다.
갤러리 예동의 프라이빗 공간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그런 작가의 눈길과 손길을 24점의 작품 속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사람들이 발견하지 못한 자연의 이면을 볼 수 있도록 돕는 작가가 되고 싶다. 인간의 시선이 아닌 자연의 시선에서 새로운 눈으로 자연과 마주할 때 우리는 전혀 다른 얼굴의 숲을 볼 수 있다.”고 작가는 말한다.
전시는 1월26일부터 2월 16일까지 해운대 마린시티에서 열린다. 기존의 갤러리 예동 공간과는 별도로 프라이빗 전시로 진행하여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는 동시에 작가가 그려낸 숲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전시 관람은 사전예약을 통해 가능하다.
갤러리 예동 측은 “상징으로 가득 찬 제주의 숲에서 작가가 발견한 것을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갤러리 예동//
(예약전화: 051-781-5337)
장소 : 갤러리 예동, 프라이빗 공간
일시 : 2022. 01. 26 – 02. 16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charmbi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