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랑 작가 노트//
나는 예스맨이다.
나는 우유부단과 동시에 애매모호하고 주관도 없고 마음도 없고 사랑도 없다. 흐르면 흐르는 대로 갈대처럼 비에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다 바닥에 처박혀 남 배부른 거름이나 되겠지.
그래도 너넨 내가 다 먹여 살렸다.
단점 덩어리인 나는 자아 성찰은 취미이며 자학은 부업이다. 그 자학에 지분 중 9할은 ‘생각’이다. 이건가? 저건가? 내 머릿속을 헤집어 놓는 생각이 결국 결정을 늦추고, 실패를 만들고 죽은 생각은 내 이미지를 남긴다.
지속적인 흔들림이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고 결국, 만든다. 그 만들어진 많고 복잡한 생각이 남에게 거름이 되었으면.
사진이, 내가 당신들을 먹여주면 어떨까.
//김태훈 작가 노트//
20살 하면 떠오르는 키워드는 청춘, 열정, 패기, 무모함과 불확실함이다. 포트레이트에서는 20살 청춘을 보내고 있는 그들의 열정과 패기를 눈에 캐치 라이트를 넣어서 표현해 보았고, 사진 옆에 있는 그들의 손글씨에서는 청춘을 보내고 있는 그들의 솔직한 마음을 표현해 보았다.
//박근우 작가 노트//
스물이라는 질문에 나는 어떤 사람인지
물음표만 남겨진다.
어느 사진은 아빠가
어느 사진은 못생긴 괴물이
어느 사진은 철없는 열아홉이
어느 사진은 용감한 코찌질이가
어느 사진은 아름다운 스물이
그대로만 담겨있다.
엄마 손을 잡고 걸은지가 언제인가
기억이 흐려지고, 따뜻하게 잡아주고
차갑게 버리고, 버려진다.
그렇게 우리는 존재한다.
//이윤석 작가 노트//
나는 이 사진들에 애정이 없다. 그렇다면 나는 왜 이 사진들을 여기에다 걸어놓았을까?
나는 조용히 화를 내보려 한다. 많은 사람들은, 왜 화날 때 화를 내지 못하고 울고 싶을 때 울지 못할까? 왜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살아갈까?
“다 같이 살아가기 때문에”인 것 같다고 생각한다. 다 같이 살아가기 때문에, 무턱대로 화를 내고 무턱대고 슬퍼하면 자칫 도태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가슴 한편에 자리 잡고 있다. 이제부터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스물 살인 내가 살기에는 무채색인 세상은 너무 외롭고 지루하다. 가끔은 시원하고 싶다. 다 같이 살아가고 있지만 그렇다고 타인에게 맞추어 가려고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 화내고 싶을 때 화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다시 돌아와 내 사진이다. 재미없고 아무런 애정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그 지루하고 경멸스러운 것은 어쩌면 내 내면의 풍경일 것이다. 무채색인 이 세상이 감정들로 알록달록해졌으면 좋겠다.
장소 : 아트스페이스 이신
일시 : 2022. 01. 11 – 01. 18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charmbi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