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홍근 글//
작가가 꿈꾸는 공간 – 순수한 심상의 빛으로 만든 가상의 세계
화면 속에는 2개의 공간이 존재한다.
하나는 평면 위에 착시로 표현된 조형의 공간이며 또 하나는 작가의 의식과 이념이 담긴 심리적 공간이다. 두 개의 공간은 서로 다른 곳에 존재하지만 서로가 상호작용하며 어우러져 공존하며 대상들 속에서 유기적인 관계를 맺는다.
표현된 대상들은 우리가 기억하는 모습을 닮았지만 미지의 상징적인 조영(照映)을 동반한 형상들이다. 이렇게 작가의 ‘심리적 공간(psychological space)’은 카타르시스를 부르는 공간으로 자리하기도 한다. 그려진 대상이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작가의 심리적 공간을 통해 공감을 이입했기 때문일 것이다.
김선미 작가의 작품은 수채화라 여겨지지 않을 만큼 정교한 묘사와 수려한 색채, 상쾌하게 표현된 물성 등 다채로운 표현이 돋보여 작가적 역량에 대한 큰 신뢰감이 생긴다. 그의 작품은 오랜 시간 대상들을 민감하게 관찰한 깊은 연구의 발현으로, 숙련한 세련됨과 연마된 기교가 착실하게 축적되어 있다.
형(形)의 이미지는 그에게 중요한 모티프이다.
이번 개인전 ‘도시 자연을 꿈꾸다’에 선보이는 작품들은 상반된 이미지의 겹침이라는 개념의 작품들이다. 눈에 보이는 시각적 이미지와 그 너머에 존재하는 신비스러운 기운을 불러들여 아름다운 이미지로 재생산하여 유토피아적 현실로서 환상의 풍경, 가상의 세계를 구현했다.
표현된 대상들은 단순한 관찰을 넘어 공존해야할 두 개의 세계를 연대하는 형상들에 집중했다. 도시건물들 위에 재배열된 숲의 이미지들이 서로 연대함과 동시에 이상화된 형상들을 드러낸다. 이 형상들은 시공간이 축적되어 뒤엉켜진 형상으로 보는 이의 상상력을 발동시킨다. 현실의 익숙한 공간이 다른 현실과 겹쳐지고 부딪치는 순간, 어떤 낯설음과 이상한 욕망이 생기며, 이 두 개의 이미지는 서로 가벼운 듯 거친 모습으로 뒤엉켜 하나의 생명이 되어 마치 스스로 에너지를 발산하는 듯하다. 찰나의 순간에서 태동하여 무질서함 속에서도 리드미컬하게 보이며, 평범한 일상 풍경에서 특별한 존재로 탈바꿈하였다. 눈으로 읽고 마음으로 상상하는 풍경이다.
작가에게 작업은 일상 속 큰 즐거움으로 자유로운 사고와 행위를 유도한다. 그리고 작품은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산물일 것이다. 어느 날 그에게 불현듯 다가온 미술이 긴 세월 즐거움이자 힘든 고뇌의 시간들이었으리라 짐작한다.
그럼에도 한결같이 작업에 몰두하며 더 깊은 공부를 위해 대학원을 진학하고 걸어온 시간들이 적지 않았다. 오랜 시간의 노력으로 여는 첫 개인전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더 큰 도약의 계기이자 앞으로 더욱 깊은 작품세계를 경험하게 될 것을 믿는다. 그리고 그림은 그에게 늘 새롭고 멋진 경험을 반드시 선사할 것이라 생각한다.//양홍근//
장소 : 한새 갤러리
일시 : 2021. 10. 06 – 1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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