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 노트//
21세기 한국은 재개발이라는 명목으로 갖은 동네의 각양의 단독주택들이 사라지고 일률적인 아파트들이 하늘을 점령하고 있다. 아이의 미래의 꿈은 건물주가 되는 것이라 하고, 2020년 부산의 개업 업종 1위 직종은 부동산업이다. 주어진 자연조건에서 편리한 삶을 향한 인간본성과 부귀영화를 향한 자본주의적 욕구는 마천루 건축물에 녹아들어 용광로처럼 끓고 있다.
한국 최초의 아파트는 1932년 서울 충정로에 세워진 5층 건물이다. 부산에 건축된 첫 아파트는 1941년 중구 남포동에 지은 ‘청풍장’-‘소화장’이다. 이 건물들은 건축가 르 꼬르뷔지에가 1922년 처음 제시하였으나 도시의 흉물이라는 평가 하에 폐기되었던 “현대 도시” 계획안에 토대를 둔 것이다. 처음 시작된 5층짜리 아파트는 엘리베이터를 장착하고 산비탈, 해변으로까지 번식을 일삼다가 이제는 고개를 치켜들고 헤아릴 수조차 없는 괴물이 되었다. 더 높게 높게, 구석구석으로, 끝없는 천이와 돌연변이를 일삼고 있다. 미래 인류세의 흔적이 될 콘크리트는 기괴한 덩어리에 불안과 욕망이 범벅된 채 야누스적 얼굴을 드러낸다.
하나, 한편으로…
일상의 아파트라는 공간은 부동산 투기도, 인류세의 상징 콘크리트 덩어리도 아니다. 아파트는 아이들이 태어나고 자라서 어른이 되고, 다시 새로운 공간을 찾아 삶의 뿌리를 내리는 인간이 사는 집이다. 집은 사유하고 건축하고 거주하는 인간 삶의 고향이 된다.
동서고금 고향집의 은유는 종종 따뜻한 부엌의 장작불이 타고 있는 부뚜막으로 은유되곤 한다. 부뚜막은 감성으로 느낌이 시작되는 인간의 고향이라는 장소다. 불꽃 태우는 부뚜막의 형태는 변했지만, 거주 장소로서의 아파트는 나의 감성적 영혼이 살아내고 있는 집이자, 내 아이들, 아이들의 아이들, 우리의 몸과 마음이 자란 고향이 되어가는 중이기도 하다.//최성희//
장소 : 아트스페이스 이신
일시 : 2021. 10. 08 – 10.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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