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노트//
일상의 차별과 폭력에 관한 다소 사회적인 문제적 ‘단서’들을 드러내면서, 개인적인 저항성과 시적인 감성으로 작업하고 있다. 직접 찍은 사진들과 현대미디어를 통해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이미지들과 사회 전반에 걸친 사건·사고의 기록들을 모아서 한 화면 안에 비현실적인 방식으로 재구성하고 있다.
이러한 이미지들은 몽타주적 ‘형상’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 세계에서 비롯된 장면들을 부분적으로 추출해서 화면 분할과 해체, 왜곡을 통한 초현실적 조합에 의해 각각의 이미지들이 갖고 있던 다큐적인 본래의 의미를 벗어나 다의적인 의미를 갖게 하고 있다. 화면 속에는 자주 박제동물들의 형상들이 보이는데, 그들은 제각기 생태계 멸종위기종이기도 하지만, 인간을 위해서 희생되고 있는 실험실 동물이기도 하고,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인 지배적 권력이나 또는 노동계층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리고 동시에 인간들을 위해 생식능력마저 조종당하는 식문화를 얘기하고 있기도 하다. 이렇게 숨겨진 세상의 질서와 과학기술과 윤리문제, 생태계 위기, 지배적 문화, 제도에 의한 폭력과 계급 간의 차별에 관한 다각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러한 ‘불협화음’ 같은 각각의 이미지들은 현대사회의 스펙터클과 생태적 현상들의 대비를 통해 강조되며 다양한 건축적 구조물과 획일화되고 정형화된 사물과 공간 안에 사라져가는 산업적 유형들과 동물들을 혼란스럽게 또는 엄격하게 화면에 배치하고 있다. 어느 것이 메인이고, 어느 것이 배경이 되는지 분간할 수 없게 평면적으로 나타내고 있는데, 이러한 평면성은 과거, 현재, 미래가 함께 공존하는 중립적 시간의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수많은 연쇄 관계 속에서 마치 스스로 살아가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서로 의지하면서 존재하고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작품을 완성한 후 의도적으로 시적 타이틀을 만들고 맞춤법에 맞지 않게 붙여쓰기하는 이유도 대중들 스스로 일시적인 정서나 경험에 따른 주관적인 연상작용의 해석을 기대하고 그 해석의 다양성을 열어놓게 하기 위함이다.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미지의 ‘단서’들을 추적하다 보면 작가와 관람자가 일부 공유하고 있는 사실과 거짓, 확실하다고 믿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며 사회적 문화적 경험과 기억을 소환하기 위한 장치로 역할 하기를 기대한다.//서유정//
장소 : 리빈 갤러리
일시 : 2021. 09. 25 –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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