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노트//
옻칠은 귀하고 값진 천연재료다.
지금껏 인류가 개발한 어떠한 화학 도료보다도 우수한 보존 효과를 가지고 있다. 옻칠은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고 아주 엷게 수십 번의 덪칠을 하고 긁어내기를 반복하며 인내를 갖고 건조시킨 뒤 사포로 닦아서 광택을 내어야 하는 고된 과정 때문에 집념의 예술이라 할 수 있다. 재료 또한 금분, 은분, 알루미늄분, 금속, 곡식, 천, 난백, 나전 등등 수없이 많고 다양하다.
옻칠예술은 서양에서는 따라할 수 없는 동양만의 차별화된 예술분야라 생각한다. 옻을 통한 작품 활동은 여러모로 우리의 인생과 닮아있다. 옻으로 작업하는 인내의 과정동안 세상이 스스로 베어 들고 스스로 변형하여 만들어 지며 작가조차 그 결과물을 완벽하게 예상할 수 없는 여러 가지 경우의 수가 만들어낸 창조물이라 할 수 있다.
옻칠 작업은 그동안 해온 유화작업의 사실적 이미지 구현 방식에서 벗어나 사물의 전면적이고 포괄적인 내적영감이 강조된 형식으로 표출하고 싶었다. 옻칠 작품들을 완성해 가며 형식과 기법의 장르를 불문하고 완전한 정신적 순수 상태에서의 창작을 통해 얻어지는 마음의 치유를 느끼며 행복하고 매일 새로운 도전과 마주하고 있다.
나의 작업의 기반은 우리가 살아가며 공통적으로 가지는 삶의 근본적인 질문들을 묻는 내적 성찰이다.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자연이 주는 단순한 교훈과 철학에서 영감을 얻고 곡선의 형태에서 오는 깊이와 변화무상한 생명력, 역동감, 그리고 그것에 직관되는 이미지 고유의 미적특성을 도출하고 이를 화면에 담았다.
옻칠 작업은 내 속에 있는 새로운 창조 에너지의 발견과 무한 발산의 의미를 지닌 터닝 포인트 같은 작품들이다.
내 작품을 보는 관람자 또한 작품 앞에 서서 차분히 작품과 마주한 자신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과 옻이 가진 재료 특유의 따뜻하고 강한 삶의 에너지를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김향숙//
장소 : 광안 갤러리
일시 : 2021. 09. 24 – 09.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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