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노트//
‘정오, 스며듦’(At noon, permeate)에서 다가오는 이미지들은, 삶을 보내면서 느끼고 얻게 되는 다양한 의미, 구체적인 감성, 대상을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과정과 결과물을 이루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스스로 의미를 발견해 본인의 뜻과 가치를 나눌 수 있는 것. 이러한 것들이 바로 우리가 말하는 사랑이란 것의 일부가 아닐까.
사랑은 가장 객관적이면서도 추상적인 개념과도 같다. 직접적이고 또 간접적이다. 읊조리고 껴안으며 주고받는 표현 속에서 명확하게 전하지 않으면 알 수 없으리만큼 애매모하면서도···
어떨 때엔, 뚜렷하게 보여주지 않아도 그 무엇보다 묵묵하게 오롯이 받아들일 수 있는 감정이기도 하다.
이러한 형상은 정오와 닮아있다. 오전도 오후도 아닌 정오라는 순간은, 하루의 중심인 시간이기에 익숙하고 자연스럽게 받아 들여져있지만 실은 뚜렷하지 않으며 모호하다. 알아차리기도 전에 어느새 스며들어있는 사랑을 보고 있자면, 마치 정오와 같았다.
이처럼 답이 없는 생각들을 나열하다 보면 또 함께 드러나는 감정이 있다. 가슴을 내려앉게 만드는, 막연하게 피어오르는 어딘가 그리우면서도 포근하게 빠져드는 감각. 무엇인지 뚜렷하게 알 수도 없는 그리움이란 것을 마음 한 켠에 품고서 열렬히 빠져 살아가고 있는 내가 보인다.
번지듯 스며있는 색감과 풀어지듯 어우러진 천, 덧입혀져 가려진 기억과 선명히 드러나는 말로 풀어낸 작품들은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정서들의 의미를 담고 있다. 사그라드는 듯 하여도 사라지지는 않는, 스며듦의 감정과 기억을 전달하고자 하였다.
더불어 이를 마주하게 될 이들에게도 사랑, 혹은 그리움이란 그 무언가에 대하여 스스로가 느끼는 감정과 의미를 받아들이고서 온전히 성찰해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기를 기대해본다.
가끔 우리는 되살펴 보아야한다.
지금이야말로 잘 보이지 않는 것들에 마주하여 살아야 할 때···
장소 : 갤러리 조이
일시 : 2021. 09. 02. – 09.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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