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전-또 다른 말들//
사진가 이동근
청년이란 말을 떠올리기가 쉽지 않다. 청춘을 경험했다는 이유만으로 젊음, 희망, 미래처럼 낭만적인 말들로 꿈과 장밋빛 미래를 말하기에는 현실의 무게가 무겁다. 차라리 청년 실업, 청년 전세자금 대출, 청년 기본소득 같은 말들이 청년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이리라.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개선의 대안이 제시되지 못하는 이상 청춘을 상찬하기는 기성세대의 한사람으로 민망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기획 전시의 제목을 청년전 ‘새로운 말들’로 정하였다.
모든 예술은 시대의 산물이다. 발트 벤야민이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에서 언급한 것처럼 기술의 힘에 기댈 수밖에 없는 사진은 과학의 발전과 시류의 변화에 더욱 민감하다. 오늘날 디지털 발달과 SNS의 보급은 사진이미지의 생산에서부터 소비까지 어느 시대에도 이룩하지 못했던 것을 성취하고 있다. 예술사진만 하더라도 기록을 중시하는 다큐멘터리부터 개념미술의 영역까지 날로 확장중이다. 하지만 모든 것이 긍정적일 수는 없다. 특히 코로나를 필두로 환경의 변화로 인한 예측불가한 변동성은 예술의 영역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예견하기 힘든 미래기에 청년이 주는 의미는 더욱 소중하다. 미래는 그들이 만들어갈 시간이기 때문이다.
이신갤러리와 함께 기획전을 준비한 이유이자 의미다.
청년전에 참여하는 세 명의 작가들은 사진가의 꿈을 키우고 있는 청년작가들로 사진학과 졸업을 앞두거나 이제 막 졸업을 한 학생들이다.
김다희의 ‘한쪽 귀“는 어머니가 평생 그러셨듯 어느 날 작가에게 들리기 시작한 이명을 사진으로 표현하였다.
인간의 감각 중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시각이다. 본다는 것은 곧 안다는 말처럼, 보는 것은 인식 체계과 깊은 관련을 맺는다. 보는 것으로 나와 대상과의 관계, 그리고 나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으며, 때로는 기억과 상상의 영역까지 확장할 수도 있다. 이런 시각 매체에 김다희 작가는 자신의 청각적 경험을 숲의 풍경 위에 올려 놓는다. 날카로운 도구로 긁고 상처 내어 귀에서 울리는 파열음을 형태로 보여 준다. 거칠고 불규칙한 선들이 툭툭 끊어지다가 때로는 연약하고 가늘게 이어지는 것이 가슴을 긁는 듯한 파열음을 느끼게 한다, 아름다운 프린트와 완벽한 형식을 예상하는 관객의 바램은 여지없이 깨어진다. 하지만 파격만이 아닌, 숲속을 지나는 바람 소리, 나뭇잎이 바스락 거리는 소리, 새소리, 물소리, 아름다운 자연의 소리들이 마치 선물같이 소중한 것임이 드러난다. 사진에 이명소리를 담으려는 작가의 상황과 상상력이 느껴진다.
류동주의 ’결락’은 청춘의 만남과 사랑, 이별의 순간을 담은 작업들이다.
사진은 탄생 이후 예술이 되고자 하는 열망에 회화를 모방하기도 하였으나, 불과 이백년이 안된 시간 동안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것을 이루었다. 사진은 존재의 증명임을 나타낼 만큼 명확한 기표로서의 작용을 하는 이미지의 영역과 이미지로부터 넘어오는 추상적이고 개념적이 부분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곧 명확하지만 모호한 양면성을 지니고 있어 의미의 확장이 가능한 이유이다. 류동주의 사진은 시점과 공간이 명확하지 않다. 언제인지, 어느 곳인지 모호하기만 하다. 하지만 사진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언제가 나에게 있었던 먼 과거의 장면이 떠오른다. 그곳에서 사진과 나의 추억은 하나가 되고 기억으로 되살아 난다.
죽는날까지 함께 하자던 맹세는 부유하는 듯한 이미지로 흩어지고, 기억과 감정의 조각들이 음악의 선율처럼 흘러간다. 누구나 겪었을 법한 젊은날의 초상의 한 장면을 보여준다.
최이안의 ’낙원‘ 은 식물원 온실 속 식물들을 촬영한 사진이다. 일반적인 사진과는 달리 가시광선을 벗어난 영역의 빛을 포함한 적외선 필름을 사용한 작품이다. 인간이 볼 수 있는 영역이란 지극히 한정적이다. 볼 수 없는 파장대의 영역 그리고 우리의 인식체계를 넘어서는 미시세계와 거시세계, 하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세상이다. 자연의 영역도 마찬가지다. 인간의 자연의 많은 통제하고 제어한다고 생각하지만 가까이 있는 온실 속의 식물에 대하여도 명확히 안다고 하기는 힘들 것이다. 인간은 수렵시대 동안 많은 식물들을 접하며 살아왔다. 식물의 종류와 쓰임세 등 많은 부분에서 인간의 생존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오며, 식물과 더불어 자연의 한 부분으로 살았다. 이제 도시인들은 식물의 생태계와 멀어졌다. 대신 식물을 화분 속에서 키우며, 온실에 가서 식물을 구경한다. 콘크리트 벽 속에 갇혀 살아가는 우리지만, 여전히 초록의 생명을 염원한다. 곧 우리가 자연의 일부기 때문일 것이다. 최이안의 ’낙원‘ 속 식물들은 우리가 평소에 보지 못하는 또 다른 아름다움과 생명의 힘을 볼 수 있다.//이동근//
장소 : 아트스페이스 이신
일시 : 2021. 09. 04. – 09. 15.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charmbi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