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노트//
생텍쥐베리가 ‘야간비행’을 집필할 당시, 야간에 비행을 하는 일은 무척 위험한 일이었으며, 조종사들은 첨단 장비 하나 없이 시각과 감으로 어둠을 뚫고 산과 바다를 넘어 우편을 배달하곤 했다. ‘야간비행’ 소설 속 주인공인 파비앵은 파타고니아에서 출발한 우편기를 몰고 부에노스아이레스로 야간비행을 하던 도중 태풍을 만나 실종되고 만다. 소설에서는 조종사 파비앵과 비행기지의 엄격한 감독관 라비에르를 번갈아 묘사하며 야간비행이라는 행위에 대한 고찰을 보여주는데, 이 위험천만한 야간비행을 위해 희생해야만 하는 것은 지상에서의 안온한 삶이라는 것이다. 캄캄한 허공 속에서 길을 잃은 파비앵은 죽음을 기다리며 페루의 태양신 사원을 생각한다. “산 위에 곧게 세워진 그 돌기둥들, 그 돌기둥들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인간을 그토록 무겁게 압도하는, 회환처럼 내리누르는 강력한 문명에서 무엇이 남았겠는가?”
저자는 어쩌면 이 책을 통해 안주하는 삶을 과감하게 벗어난 ‘행동하는 삶’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것이 아닐까. 본인의 작품에 등장하는 도도새들은 비록 안주하여 스스로 날기를 포기해 멸종의 비극을 겪은 존재이지만, 이제는 새로운 내러티브를 품고 퇴화한 날개 대신 다양한 방식으로 ‘야간비행’을 시도한다. 행동은 때로는 우리를 패배하게도, 좌절하게도 하지만 그럼에도 ‘목표는 아무것도 정당화하지 못하지만 행동은 죽음으로부터 구원해준다’는 책 속의 한 구절 처럼 결국 우리를 살아가고 나아가게 하는 것은 결국 행동일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게 있어 그 행동은 작업이며, 지금까지도 그래왔듯 앞으로도 작업을 통해 야간비행을 꿈꾼다. 그리고 그 편대비행에 함께할 여러분을 여기 초대하고자 한다. 우리의 야간비행에 행운이 있기를.//김선우//
장소 : 갤러리 카린
일시 : 2021. 08. 12. – 08.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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