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 노트 중//
어느 고요한 저녁 시간에 켜져 있는 아날로그적 램프의 희미한 불빛
또는 묵묵히 서있는 나무 위로 아련히 보이는 달빛과 별빛
그리고 생명력은 없지만, 우주의 기원체가 된 수많은 돌의 존재성
나는 이런 사물과 현상들을 보면서 많은 기억을 찾아내고
다가올 기억을 상상해 보기도 한다.
불빛을 보면서 희망을, 나무를 보면서 고마움과 편안함을
돌을 보고 또는 만질 때 생명체와 무생물의 존재성과 그 소중함을
그리고 자연과 우주의 이치에 큰 깨달음을 얻고 배운다.
이번 작업은 돌과 나무 그리고 램프라는 매개를 차용해
새로운 기억의 통로를 찾는 데에 그 의미가 있으며
또 새 작업을 시도하는 이유의 시원이기도 하다.
한때 작업의 정체성에 대해 많은 고민도 해봤지만, 그 자체마저도
내 작업 행위와 경로에 큰 방해 요소라 판단하여 애써 무시하기로 하고
모호한 프레임에 갇히기보다는 늘 자유롭고 끊임없이
떠오르는 영감에 따라 솔직하게 표현하는 영적 유랑을 즐기기로 했다.
정신이 응고되지 않고 꿈틀대며 늘 새로운 숨구멍을 찾아내는 일은
유일한 창작 노동이자 기쁨이고 어쩌면 그것이 숨겨진 나의
정체성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 신선하고 멋진 사람이 먼저 눈에 띈다.
그림도 그렇다.
조금 지나면 기호와 코드가 맞는 좋은 사람들로 걸러진다.
그림도 그렇다.
더 지나서 곁에 남는 사람은 신선하고 멋진 사람도 좋은 사람도 아닌
편안한 사람만 남겨지기 마련이다. 그림도 그런 것 같다.
이런 것이 세상의 순리이고 이치가 아닐까..
오늘도 어떤 기억을 더듬으며 수행하듯
작은 숨구멍 하나 뚫는 즐거움을 찾아 나서본다.//류동필//
장소 : 이젤 갤러리
일시 : 2021. 08. 09. – 08.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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