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철민 작가 노트//
내가 주목하는 시간은,
언제나 존재하여 모든 물질과 생명의 형상을 창조하고 소멸시키기를 반복하지만,
그러나 역설적으로 우리는 그 시간이 흐르는 찰라들을 눈으로 확인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단지 시간이 지나가면서 남기는 흔적으로만 짐작할 뿐이다.
그래서 흔적은,
오랫동안 차곡차곡 쌓여진 시간의 결이며 그 시간을 통화해온 인간의 표정이고,
신이 창조한 자연이란 모습으로 남아있거나, 인간이 만든 문명이란 모습으로 존재해왔다.
그러나 인간들이 만든 흔적들은 결코 영원한 것이 없다. 단지 오랫동안 남아 있는 그 흔적들의 마지막을 볼 수 없음은 인간의 생명이 그 것들보다 훨씬 짧기 때문이다.
그렇게 인간이 만든 문명들의 흔적으로 그 시간들을 짐작할 뿐이다.
사진은 찍는 순간이 과거가 되는, 과거를 남기는 행위라고 한다.
방금 찍은 나의 모습은 더 이상이 현재가 아닌 과거의 내가 되어버린다.
그렇지만 모든 것들이 과거에만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니다. 어제의 사진 속 푸른 하늘과 바다와 같은 자연은 과거로만 머물지 않고 현재와 내일과 또 다른 미래의 시간으로 이어간다.
단지 인간과 연결된 시간의 흔적만이 프레임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과거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내 사진 속에 혼재되어 있는 서로 다른 시점들이 서로 다른 언어로 말을 걸어오는 한, 내가 보았던 그 대상 하나만의 기호로만 발현시킬 재간이, 능력이 내게 없음을 깨닫는다.
사진은 또한 여백으로 만들어 채워지는 예술행위라고 했다.
내가 의도하지 않은 부분을 지워나가면 결국에는 무엇이 남을까,
내가 보고자 했던 시간의 흔적만 남겨낼 수 있을까, 라는 의문과 고민으로
사진 속 하늘과 산과 같이 클리셰로 남은 장면들 하나씩 지워낼수록,
겹겹이 쌓여있던 각각 다른 세월에 짓눌렸던 무게와 욕망과 증오도 사라지고,
그러다가 아주 가끔은 삶의 가장 찬란했던 순간도 지워지기는 하지만,
비우면 비울수록 남게 되는 것들은 더욱 뚜렷하고 선명해져간다.
그러다가 결국에는, 상실되어진 세월로 남은 인간의 초라한 흔적 끝에서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오랫동안 홀로 남겨진 나의 모습이 보인다.
돌아갈 수 없는 세월에 대한 그리움으로.//최철민//
//구주환 작가노트//
내 작업의 모토는 주변의 하찮은 것으로 여겨지는 것들에 대해 나의 감각을 통해 보편적 가치를 획득하는 것이다.
주요 키워드는 아스팔트, 꽃, 딥틱(Diptych)이다.
아스팔트 횡단보도 위에서 찾은 지극히 주관적인 꽃들과 이름이 명명된 꽃, 하늘 위에 핀 꽃을 두 장의 사진을 한 장의 사진으로 만드는 딥틱기법을 사용하였다. 딥틱기법으로 작업의 해석 영역을 확장하고 관람자의 상상력에 작품의 해석을 맡기려한다.//구주환//
장소 : 아트스페이스 이신
일시 : 2021. 04. 30. – 05. 11.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charmbi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