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노트//
어느 날 일몰 직후 만난 푸른색에 반해 길을 걷고 있다.
어둠속을 걷다보면 나는 또 다른 경계로 다가갈 수 있었다.
해가 지기 직전부터 불안감이 찾아 왔다. 사라져버린다는 것과 다시는 볼 수 없다는 단어들이 어둠속에 나를 가두었다.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마주한 불안감은 일상의 많은 의미들을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걷다보면 그런 불안감과 허무감에서 점점 벗어 날 수 있었다.
늦은 오후와 이른 새벽, 마법의 시간이 나에게 찾아왔다. 빛과 어둠의 경계에서 만난 세상은 새로운 설렘이 되었다. 늘 존재하고 있는 모든 것들은 또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낮에는 볼 수 없었던 색과 빛들 그리고 그 속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
빛과 어둠의 경계에서 만난 푸른색은 나를 다른 시공간에 머물게 했다. 어둠속을 유영한 이미지들은 다른 의미로 나에게 재현되었다.
고즈넉한 골목길을 오르다가가 멈춰서 뒤를 돌아보면 탁 트인 바다가 보이고 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사라진 공간에 색이 머문다.
길을 걷다보면, 빈 집에서 하나둘 불이 켜진다. 벽과 벽 사이에 나타난 빛과 색들은 차가움과 따뜻함이 되었다.
경계에서 만나는 빛과 색들은 잃어버린 또 사라져버린 유년의 시간으로 나를 호출하였다. 지나간 시간 속에 머물며 아버지를 만날 수 있었고 유년의 기억들을 만날 수 있었다.
따뜻함과 차가움, 강함과 약함, 가깝고 먼 색들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고 나는 그 색들에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이미지에 담긴 여백 안에 내가 유영하고 있었다.
파편적 이미지들을 채집하면서 사라져가는 이 순간과 다가올 시간을 맞이한다.
‘어떤 재현’은 지금, 여기, 길에서 나의 안부를 묻는 작업이 되었다.//김주영//
장소 : 리빈 갤러리
일시 : 2021. 04. 09. – 05. 02.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charmbi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