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노트//
봄날 바람이 불쑥 불어와 어디로 흘러가는지 알 수 없는 것처럼 우리의 인연도 그렇게 찾아온다. 잠시 머물다 가기도 하고 오랜 시간 집요하게 붙들기도 한다. 인연은 계획과 의지대로 움직여 주지 않고 자칫 정신을 놓으면 내 자리인 듯 아닌 듯 낯선 곳에 세워두기도 한다. 내게 그림은 인연처럼 다가와 마음과 몸에 그렇게 머물고 있다.
사는 건 이야기를 만들고 쌓아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우리의 많은 감정과 생각과 경험들을 담은 이야기는 시간을 관통하며 삶의 자리를 만든다. 그림은 내게 이야기이고 삶의 이정표이기도 하다.
첫 번째 개인전은 나의 뿌리와 방향성이 담긴 이야기들로 꾸몄다.
그 첫 이야기는 나의 시작과 현재를 있게 한 ‘엄마’이다.
‘엄마’라는 상징성만으로도 각양각색의 이야기와 감정들이 소용돌이치며 일렁인다. 내가 경험한 사랑 중에 최고의 사랑이며 내가 받은 감사함 중에 최고의 감사함이다.
기다림과 인내의 총체인 엄마는 여든의 나이에도 어릴 적 꿈이었던 무용수의 꿈을 잊지 못하고 가슴 깊숙이 품고 사신다.
이제서야 나는 엄마의 삶이 보이고 느껴지지만 딸로서 해드릴 수 있는 게 별로 없거니와 내가 가진 재주를 활용해 작은 선물을 드리고자 하는 마음에서 ‘엄마의 춤’이라는 주제로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 춘몽 같은 것일지라도 그래서 더욱 달콤하고 쓸쓸할지라도 엄마께 순간의 작은 위로와 위안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의 이야기는 내가 그려가야 할 그림에 대한 것이다.
보름달은 내게 충만함이고 숭고함이다. 모난 데 하나 없이 시작과 끝이 하나인 둥근 형상은 나의 뾰족함과 부족함을 품어 주고 다독여 주는 너른 품을 가졌다. 그 넉넉함에서 발하는 빛은 내가 어디로 가야할지 어떤 자세로 그림을 그리며 살아야 할지를 일러준다.
달빛은 하늘을, 땅을, 나무를, 사람을, 나를 비춘다. 나는 보름달의 빛을 따라 걷고 싶다.
내 어머니가 보름달을 보며 정성스럽게 기도를 올린 것처럼 나는 보름달의 넉넉함과 숭고함을, 엄마의 무한한 사랑을 배우고 싶다. 그런 마음으로 그림을 그리고 싶다.//김윤연. 2021년 4월//
장소 : 갤러리 석수만년200일
일시 : 2021. 04. 01. – 0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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