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희展(갤러리 GL)_20201231

//글 장승현//
한성희의 예술세계 70년대 한국 판화의 1세대로 부산지역을 근거로 전문 판화가의 길을 평생 걸어오고 있는 한성희(1950-)는 수많은 이미지와 형태를 주로 자연적인 소재와 자연을 머금은 인간의 형상을 가지고 판화기법의 실험적 접목과 작업을 시도해 끊임없이 40여 년의 직업 인생을 꿋꿋하게 보여주는 작가이다.

판화에 입문하여 다양한 소재를 담아 표현성 구상과 추상을 자유로이 넘나들면서 개인 작가로서는 국내 최초로 대형 프레스기를 작업실에 도입하여 활동한 이래 1983년 첫 개인전으로 동판화전을 개최하였고, 1993년 8회 개인전까지 동판화전을 지속했으며, 1996년 개인전부터 꼴라그래프와 석판화 등의 기법이 더 추가 되었다.

그리고 이후 개인전에서는 엠보싱기법과 기존의 매체잡지화보 등의 인쇄매체를 활용하는 것까지 형식과 기법에 구애 받지 않고 두루 섭렵된 작품들이 선보였다. 최근작에서는 회화로까지 영역을 확장하려는 시도가 보여 지고 있지만 판화를 이미 회화적인 수단(에디션을 내지 않는 방식)에 근접한 방법으로 작업하고 있는 작가로선 판화기법을 활용한 회화의 지평을 확장하기 위해 현재도 꾸준히 실험하고 있는 중이다.

한성희가 오랜 세월 ‘Image of Form’이라는 주제로 작업해 온 시기적으로 각기 다른 양상을 보이는 수많은 작품들 속에서 독특한 공통점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림 속에 다양한 소재들에 대한 최대한 감성을 절제한 냉담한 병치를 들 수 있다. 한성희의 기존 ‘형태의 이미지’라는 주제가 각기 다른 형태들간의 부조화 속에서도 한 화면에서 서로 부딪히는 듯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묘한 긴장감은 기존 작품들에 대한 커다른 해석이라 할 수 있겠다. 수수께끼와도 같은 화면의 다양한 이미지들은 판화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회화적인 분위기로 표출되어 최근 선보이는 회화작품의 의도와 상충하여 판화 같은 회화, 회화 같은 판화로서 역설하고 있지 않나 생각이 든다. 절제된 욕망의 이미지 표출은 동판화라고 하는 재료의 작업과정에서 걸러지고 순화되어 상징적인 몇 가지 단서만을 남긴 채 보는 이로 하여금 스핑크스의 수수께끼에 직면한 오이디푸스가 될 것이냐 아니면 평범한 인간들처럼 수수께끼에 현혹되어 사자의 몸을 가진 여인 스핑크스의 희생양이 될 것이냐는 두고 볼일이다.

한성희 판화에서 또 하나 두드러지는 것은 Deep Etching이라 하여 ‘숲’시리즈 작품에서 깊은 심연이나 아련한 두터운 대기를 느끼게 해주는 이 기은 작가의 동판에 대한 물성에 전착하는 회화적 행위에 하나라도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숲’이 가지고 있는 한성희의 교감은 자연과 교감하는 인간의 상징적인 표상이 되었으며, 1996년 개인전에서 보여주었던 식물과 혼연이 된 인간의 군상들이 완성된 숲의 이미지로 형태를 갖추기까지 작가의 오랜 세월 묻어나는 고뇌의 흔적들을 함께 아우를 수 있는 작품들이 최근의 작품들로 승화된 듯하다. 자연이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인간 사유와 행위를 거치며 아름답게 승화되는 것이다. 이에 한성희의 초기작품에서부터 최근 작품들에 이르기까지 일관되어 오는 소고는 이러한 인간의 사유와 판화라고 하는 고된 노동의 작업 과정을 거친 성스러운 순례의 흔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아트디렉터 장승현//

장소 : 갤러리 GL
일시 : 2020. 12. 31. – 2021. 01.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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