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욱展(달리미술관)_20201123

//작가 노트//
저는 ‘경계의 공간’이라는 주제로 작업을 이어왔습니다.
‘경계의 공간’이란 이것과 저것이라는 구분 짓기가 아닌 서로 침투하고 충돌하면서도 어느 한쪽을 해체하지 않는, 사라지면서도 동시에 살아나는 지점입니다.

2019년 봄 강원도에서는 큰 산불이 있었습니다. 저는 피폐해진 재해의 현장을 떠올리며 그곳을 방문했습니다. 그러나 저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검은 숲에서 다시 자라나고 있는 초록의 풀무리들 이었습니다. 화재로 인해 오히려 비옥해진 토양은 새 생명의 모태가 되어 있었고 죽음의 공간은 이미 생명의 공간으로 변모해 가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관념적으로만 생각해 오던 경계의 공간을 비로소 몸소 체험하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저는 그곳에서 타버린 나뭇가지들을 주워왔습니다. 타버린 나뭇가지들은 이제 또 다른 생명의 시작입니다.
지난 일 년 동안 그것들을 만지고 바라보고 이리저리 놓아도 보고 떨어지는 숯가루를 모아서 그림도 그려봤습니다. 그리고 이런 과정들은 ‘사라지면서도 살아나는’이라는 전시가 되었습니다.

장소 : 달리미술관
일시 : 2020. 11. 23. – 1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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