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서문//
젊은 날의 자화상 – 동시대를 해석하는 현재의 시선
미술감독 김종원
이지훈 작가는 우리와 닮은 있을법한 일상을 청년의 눈으로 이해하고 보여준다. 이지훈 작가하면 달이 연상되는데 보통 달의 이미지와 차별적으로 작가의 달은 상호 반영 없이 독자적으로 드러나 있다. 달과 함께 작품 속 코드들 – 도시, 교량, 비행기 등은 작가만의 도전과 희망을 담고 있다.
수직으로 표상된 도시, 수평적인 교량 그리고 사선적인 비행기 이미지에도 동시대의 모습 특히 청년들의 삶이 고차원적 은유로 응축되어 있는데 이 역시 구체적 표상이 결여되고 해체되어 그저 맥락 없는 화려함만이 평면성으로 남아있다.
이지훈 작가에 있어 수직성, 수평성, 사선은 동시대를 해석하는 의지이자 시선이다.
높이 솟아있는 빌딩의 수직성은 동시대 경제의 모습을 닮았는데 그 속엔 욕망, 물질주의의 흔적이 남아있다. 반면 수직적 건물들 사이로 수평적인 다리들이 보인다. 여러 관계 속의 사람들은 누구든 평등하게 다리를 건너야만 한다. 그렇듯 인간이면 누구나 소통, 관계를 맺는 조응을 나타내고 있다.
청년 작가 이지훈의 시선은 여기에 멈추지 않고 자신만의 언어 – 사선으로 달을 향해 날아가는 비행기를 표상하고 있다.
작가에 있어 달을 향해 날아가는 비행기는 현대판 파랑새이며 그것은 희망이자 동시대의 청년으로 또, 청년 작가로서의 의지로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작가의 시선은 담담하면서도 직설적이며 냉소적이다. 그러면서도 치열하게 자신이 처해있는 현실을 적극적으로 해체하고 또 결합함을 반복한다.
작가는 ‘그린다’라는 개념과 ‘현재성’을 청년작가의 시선으로 해체와 결여에 관한 복구를 통해 풀어나가고 있다. 전통적인 동양화의 기법 위에 그는 현재의 모든 것 혹은 모든 영역 – 현재의 풍경, 동시대 디지털 양식, 전통 회화 양식에서 벗어난 장르 간의 경계를 허무는 이미지의 시도 등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러한 시도는 전통적인 회화 양식에 동시대 장르 간의 경계 없는 양식을 결합으로서 어느 한쪽으로 환원되지 않는 이지훈 작가만의 방식으로 이해된다.
작가는 해체의 재구성 방법으로 자신만의 기법을 통한 기존양식과의 차별성과 생성 가능성을 보여준다. 전통 양식의 기법으로 먹을 여러 횟수로 반복하여 쌓아 올리는 적묵법을 동시대적으로 재해석하여 레이어를 쌓아가는 방식을 보여주는데 이런 행위는 아날로그적 감성과 디지털적인 강렬한 이미지가 공존하는 중의적인 세상을 표현하는 현재성에 부합한다.
기계적인 표현의 묘사들이 전통 기법을 통해 재해석되는 행위는 표상적으로 드러난 이미지 간에 일어나고 있는 일이나, 혹은 오히려 이미지 내면 깊은 곳에서 계속 변화하고 있는 그 무언가를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작가는 깊이를 강요하지 않는다. 이런 다양성을 느끼는 것은 오롯이 작품을 감상하는 타자의 몫으로 남기고 있다. 이처럼 작가가 열어 놓은 가능성하에 각자 갖게 되는 감각이라고 하는 것은 이미지로 표상된 공간의 미학에서 찾을 수 있다.
작가의 작품에 있어서 ‘만(滿)’의 미학적인 감성이 지배한 공간을 환기하는 점에서 주목한다. 기존 미술 양식에서 달의 이미지는 심상의 반영과 기원의 의미가 대부분이다. 그에 비해 이지훈 작가의 달은 스스로의 혈기 왕성한 현재를 솔직하고 과감한 그 자체로 표현하고 있다. 달은 마치 곧 터질 것 같은 불완전함, 불안함, 가득 참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옆을 아슬아슬하게 날아가는 비행기 역시 위태롭게 보인다. 작가의 주관성이 개입된 달과 비행기의 이미지 속에서 현재성과 아울러 생성 가능성으로 가득 찬 욕망을 발견한다. 지속과 단절 속에 작가가 행하는 끊임없는 해체와 반복은 고정된 주체가 아닌 유동적인 잠재성이다. 또한, 그가 보여준 꿈틀대는 욕망은 부정의 의미를 넘어선 동시대에 나타난 사회 전반적인 현상으로도 병치 된다. 비로소 달과 그가 나타낸 이미지들은 작가 자신과 그 주변의 모든 것을 집어삼킨 채 동시대를 산다는 것의 불안이나 고뇌를 잔뜩 짊어진 젊음의 자화상으로 변모한다. 이처럼 작품 한쪽에 자리 잡고 있는 독립된 달은 무엇인가 고정되지 못한 채로 꿈틀대는 욕망으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가벼움 혹은 불안감을 간직하며 지속해서 빛을 발산하고 있다.
작가는 허상의 기만(欺瞞)과 동시에 기울임 없는 평면성을 통해 만들어진 세상에서 다름의 이해 그리고 그것을 포용할 때, 비로소 진정 가득 찬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가 만들어내는 때로는 권태롭고, 지극히 일상적인 작품의 응축은 결국 존재 이유로 향해 간다. 이지훈 작가는 과함이 가득한 다양성이 범람하는 동시대에 있어 솔직한 이해를 전달하고픈 이 시대의 청년 작가이다. 우리는 미래가 있는 청년의 잠재 속 한 지점을 마치 달을 보듯이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먼 훗날 또 다른 지점과 조응하길 기대해본다.
장소 : 미광화랑
일시 : 2020. 11. 13. – 11. 22.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charmbi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