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노트//
내재된 생명력의 외현
예술창조는 우리의 보편적인 인식과는 다르게 근원적인 행위, 현실의 상을 변형시키는 행위로 나타난다고 한다. 현실의 물질적 대상을 재현하지 않는 나의 그리기는 우리 현상계에 있는 어떤 대상을 분해하고 해체함으로써 그 대상의 보다 근원적인 본질을 찾아서 나타내 보이고자 함이다.
그 대상이란 살아있는 생명체- 자연의 경물, 식물 또한 나 자신을 포함하기도 한다. 화면에서 보이는 획의 스트로크라든지 역동적인 화면구성을 통해 생명체에 내재된 힘, 욕구, 생명력 같은 것을 표현해보고 싶었다.
나의 작업은 질료로 대치된 공간을 통해 모든 생명체의 본성과 그 에너지를 보다 근원적인 최소한의 회화 언어로 시각화 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렇게 존재하는, 때론 존재할 수밖에 없는 질료의 던져짐과 다를 바 없는 삶의 여러 양태들을 떠올리며 존재하는 생명체 내면의 의욕을 가시화 하고 싶은 것이다.
무채색의 차분한 화면은 관조의 공간을 때론 역동적인 공간을 만들고, 이렇게 파생된 흔적 위에 응축된 간결한 선과 색이 던져짐으로써 생성의 과정에 있는 듯 한 정태적 화면을 구축한다. 또한 색을 입히고 긁어내는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하면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자연스럽게 드러나고 관조되는 그런 화면을 만들고자 함이다.
초현실주의 작가들이 활용한 자동기술법- 오토마티즘이라 불리는 그 방법은 나의 작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준비하고 계획해서 시작하지만 작업과정 내내 나도 모르게 분출되고 펼쳐지는 무의식적 행위, 그러한 무의식의 표출이 나의 작업의 핵심을 이룬다고도 볼 수 있겠다.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 그 사이 지점을 보고 있음을 느낀다.
이처럼 그 드러냄이 완전함이 아닌 하나의 가능태로서 마치 파편과도 같은 던져짐과 그어짐을 통해 완전할 수 없는 세계와 생명의 양태(樣態)를 가시화 하고자 하는 것이며, 가상으로 형성된 공간을 통해 생명체 내부의 기운과 활력, 소리, 생명에의 의지를 이야기하고자 했다.
그러한 것은 드러나는 시각적 경험을 통해 드러나지 않는 것의 그리기와 다르지 않다 여겨진다.//2020.10. 신성호//
장소 : 갤러리 화인
일시 : 2020. 10. 31. – 11.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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