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서문//
그림자는 꽃을 흔들 수 없다
한송희
잠시 동작 그만
가만히 들여다본다.
꽃은 어디에 있어도 꽃이다.
너는 너로써, 나는 나로써,
어디에 있어도 어떤 모습이어도
아무도 흔들 수 없다.
같이 들여다본다.
시선이 멈춘 자리 ‘나’와 ‘너’에서
‘우리’가 되었다.
선연자 작가의 작품은 고요하고 편안하다.
밝은 봄 햇살이 캔버스 밖으로 뿜어져
나오면 어느 새 차가운 갤러리 공간
전체에 따뜻한 온기가 차오른다.
늘 반복적인 일상 속에서
지쳐가고 있던 이들에게
자연의 따뜻함은
잠시 잊고 있었던
감성을 자극시키기엔 충분하다.
잠시 잊고 지냈고,
잠시 무관심 했던
모든 것들에게 시선이 멈춘다.
익숙하고 낯익은 공간이 주는 이미지는
자연스럽게 감정의 흔적을 떠오르게 한다.
흔적의 파편은 이성적 개념이 투사된
제한적 공간에서 관람자의 본질적 공간으로
교차되어 옮겨진다.
관람자의 공간, 존재하는 것의 공간,
‘나’를 가장 직설적으로 마주하는 공간.
‘나는 나로써 이곳에 서있는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되어진 존재.
하지만, 본질이 변하지 않는 존재
물리적 관계를 벗어나
‘나’는 ‘나’로써 살아있다.
많은 질문과 대답을 주고받던
공간 속 시선은 관람자의 시선을 따라
존재가 만들어낸 공간에서
또 다른 공간으로 옮겨간다.
작품을 통한 끊임없는 질문의 연속.
존재의 독립성 이면의 고립성.
작가는 거울 이면의 공간을 통해
인간의 외로움에서 나타나는
이타적 결속력을 이야기한다.
시선의 교차.
이질적 존재의 시선.
서로가 다른 ‘나’와 ‘너’라는 존재.
‘나’의 공간에 ‘너’를 들인 것인지
‘너’의 공간에 내가 들어간 것인지.
‘나’를 마주하던 공간에
다른 존재의 시선을
관람자가 인식하기까지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시선이 맞물리는 접점에서 만난
연속적이지만 다른 생명력을 지닌 존재.
인과적 연결고리로 끊어지지 않는
이타적 생명체.
‘너’
거울 속 공간을 바라보는 시선은
어느 새 수직에서 수평으로 바뀐다.
수평의 경계.
경계의 정점에서 모든 시선은
‘우리’가 된다.//한송희//
장소 : 이젤 갤러리
일시 : 2020. 09. 14. – 09.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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