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소개//
갤러리 이듬은 미국에서 활동하는 유명균 작가의 개인전을 기획하였습니다. 자연과 생태계, 그리고 인간에 대해 고찰하는 그의 작업은 벽에 걸리지만 입체 작품으로써의 부피, 그리고 특유의 재료와 재질로 그 존재감이 특별합니다.
유명근의 작업은 매우 사적인 경험과 사유에서 출발합니다. 미국에서 생활 중인 작가는 몇 년 전 미국의 남부 조지아주의 작은 전원도시에서 거주하다가 그곳의 작은 숲을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작가는 아주 특별한 영감을 받게 됩니다. 이국적이고 거대한 생태계가 느껴지는 그곳의 숲 속에서 그는 생명체의 탄생과 성장, 그리고 죽음의 의미를 생각했습니다. 새삼 거대한 생태학적 질서를 느꼈던 작가는 그 숲에서 흙 한 바가지를 퍼 가져갔습니다. 그 흙은 흡사 재와 같은 아주 부드러운 짙은 회색이었으며 오랜 생명체의 순환을 보여주는 숲의 역사의 상징과도 같은 것이었습니다. 작가는 이후 그 흙의 의미에 대해 고민해왔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지역에서 각기 다른 특성의 흙을 채집하여 이용한 작품 시리즈의 주된 모티프가 되었습니다.
유명균 작가는 미국의 여러 주들의 자연환경을 탐구하며 지구를 포함한 자연에 드리운 무한한 시간의 존재를 간접적으로 느껴왔습니다. 수많은 생명체가 나타나고 사라지는 생태계의 질서와 자연의 섭리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유구한 자연의 역사에 비하면 비교적 짧은 인류의 역사 속에도 너무나 많은 문명과 개인들이 있고 다양한 인생사가 존재할 것입니다. 작가는 자연을 느끼다가 인생을 생각합니다. 숱하게 다양한 개인의 모든 이야기들도 어쩌면 거대한 자연과 생태계,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난 문명의 테두리에서 결정된 숙명적인 것일지도 모릅니다. 인간의 존재는 탄생과 함께 운명의 땅에 뿌리 내린 식물과 비슷한 점이 있습니다.
최근 유명균 작가는 인간의 시각에서 자연을 보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시각에서 인간 문명을 바라보고자 합니다. 그는 인간을 지배하는 많은 관념과 문화의 구조들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투명한 인지적 발견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의 작업은 순수한 개인적 관심에서 자연과 인간을 고찰하는 과정의 한 조각과도 같은 것입니다.//갤러리 이듬//
장소 : 갤러리 이듬
일시 : 2020. 08. 11. – 09. 11.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charmbi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