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 노트//
나는 대중들에게 익숙한 랜드마크 건축물이나 캐릭터이미지를 차용하여 현대 사회와 인물에 대한 모종의 상징성을 부각시키는 작업을 주로 진행해오고 있다. 예를 들어 세계적으로 영화나 소설, 만화 등을 통해 널리 알려진 미국의 영웅캐릭터들의 이미지에 변형을 가하여 보편적인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정서나 심리가 그들에게도 내재되어있다는 점을 부각시켜 역설적으로 보통의 현대인도 누구나 우상적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드러내기도 하였다.
2014년 ‘건축된 농담’展을 시작으로 나의 작업은 건축물시리즈와 그 외의 히어로 시리즈 등 다양하게 나만의 작업세계를 확장시키고 있다. 건축물 시리즈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물들의 이미지를 변형하여 정치, 환경, 사회, 역사에 관해서 문제 제기를 하는 식의 풍자적 상징성이 짙은 작업이다.
2016년 ‘성매매’展 에서는 유럽의 유서 깊고 고귀한 성(城) 이미지를 재현하면서 그 와는 대척점에 있는 현대의 성(性)에 대한 개념을 언어유희적으로 연관시킨 작업을 다루었다.
이어서 2018년 ‘사춘기 말고 표류기’展 에서는 물 위에서 부유하고 있는 섬들 위에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양옥주택이나 아파트 또는 성(城)등의 건축물들을 재현하여 세워두거나 매달아 두었다. 이렇게 부유하고 있는 섬과 그 위에 지어진 건물은 지인의 집, 혹은 유명한 건물로서 실제로 존재하는 건물들의 모형이다. 이렇게 표상화 된 모형들을 통하여 현대사회에서 뚜렷이 정착하지 못하고, 표류하는 본인이나 주변인들을 상징적으로 나타내어 현대인들의 삶에 대한 자각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그리고 2019년 ‘대리항해’展에서 건축물은 앞의 전시에서 좀 더 확장되어 현대인, 그리고 국가를 상징한다. 전시의 제목인 ‘대리항해’는 ‘대리운전’에서 쉽게 떠올릴 수 있듯이, 대신 배를 몰아 항해하는 것이다. 인간이나 국가가 원하는 목표점을 향해 나아가는 것을 배가 항해하는 것에 비유하고 ‘키’를 잡고 뱃머리를 돌려 나아가는 주체는 ‘내’가 아닌 타인이 된다는 의미이다.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종종 선택의 기로에 서 있게 된다. 선택이 어려울 때 우리는 자신보다 지식과 경험이 많은 어른이나, 선생님 등의 조언을 듣게 되고 따르게 되는데 그럴 때 자신의 확고한 철학이 없으면 주변인들로부터 선택을 강요받게 된다. 어떤 이는 부모의 바람대로 진로를 결정하여 부모가 정해놓은 인생을 살아가는 경우도 있다. 넓은 의미에서 이러한 부분은 국제관계에서도 형성되어 강대국과의 외교적인 부분에서 보여 지기도 한다. 나는 현대인으로부터 시작하여 넓게는 여러 국가들의 외교적인 관계에서 볼 수 있는 기대와 강요들에 의해 스스로가 원하지 않는 곳으로 향하고 있는 것을 ‘대리 항해’라 칭하고 상징적인 건축물들을 배(船)위에 설치하여 ‘대리항해’를 당하고 있는 것을 전시내용으로 삼았다.
2020년 개인전 ‘VOYAGE展’는 ‘대리항해展’의 연장된 전시로 대리항해와 더불어 성공에 대한 꿈 등을 더하여 현대인의 인생에 대해 좀 더 포괄적으로 다룬 전시이다.//작업 노트//
장소 : 카린
일시 : 2020. 08. 04. – 08. 31.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charmbi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