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기사//
흔히 알고 있는 서양 판화는 꽉 짜인 사각의 틀을 만들고 마른 종이를 올려 압착기계를 눌러 그림을 찍어 낸다. 반면 동양 전통판화인 수인판화는 물을 묻힌 화선지를 판 위에 올리고 손에 물감을 묻혀 문질러가며 물이 번지는 속성을 이용해 완성한다. 물을 흡수하는 종이, 물을 머금은 목판, 물을 찍는 속도에 의해서 작품이 결정된다.
이런 수인판화를 감상할 수 있는 김상연 작가의 개인전 ‘생활지음’이 해운대 달맞이길 화랑 카린에서 열리고 있다. 그의 대표작 ‘봄봄’은 판화가 아니라 물과 종이가 그린 그림 같다는 착각이 들었다. 작가는 수인판화 기법을 ‘인간의 초감각적인 자기 절제를 요하는 순간의 인쇄기술’이라고 표현했다. 작가가 물을 통제할 수 있어야하기 때문이다.
“기계로 찍어내는 서양판화와 다르게 문지르는 방식의 수인판화 인쇄 방법은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 석판이나 목판, 동판 등 각기 다른 판과 종이·물감 등 재료 자체의 속성이 서로 만났을 때 어떻게 작용할 것인지를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여기에는 동양철학이 숨 쉬고 있다.”
서양화를 전공한 그가 동양철학에 빠진 이유는 뭘까? “철학을 시각예술로 표현할 방법을 찾고 있었는데 대학 때 전공한 서양화로는 한계를 느꼈다. 뭔가 안 맞는 옷을 입었다는 어색함도 들었다. 해법을 찾다 동양철학을 이해하기 위해 1994년 중국으로 건너갔고, 운 좋게 수인판화 전통 기술자에게 2년 동안 기법을 습득할 수 있었다. 그때 배운 구도법, 판각기술, 인쇄기술은 동양철학 자체였다. 당시 중국에서도 수인판화는 어려운 기술이 어렵고 습득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사라져 가는 기법이었다.”
전시장에는 수인판화기법으로 제작된 판화 작품과 부조나무 조각설치 작품도 선보였다. 특히 수인판화의 원리를 한국적으로 발전시킨 수인회화 작품도 전시됐다. 손·소주병 등을 표현한 작품은 구상과 추상 그 사이에 있는 듯하다. “2001년 한국에 돌아와 현대 과학과 동양의 수인판화를 접목하고 연구해 왔다. 그 결과물이 이번에 선보이는 수인회화다. 동양의 전통수인방법과 현대 회화를 접목하고 다시 디지털화했다. 작품에 동양화의 기운생동(濃淡干濕)을 표현하는 데 주력했다.”
작가는 수인판화를 연구하고 이를 현대미술에 접목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전남대 미술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뒤 국립중국미술대학 판화과 석사 과정을 마쳤다. 서울 포스코미술관, 오픈스페이스배, 광주 신세계갤러리, 전남도립미술관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2020.7.13. 국제신문,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
장소 : 카린
일시 : 2020. 07. 02. – 07. 31.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charmbi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