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재환展(나비 갤러리)_20200703

//평 론//
우연과 즉흥의 상태, 무질서하고 혼돈의 상태에 있는 현상들 속에도 질서와 규칙성을 지배하는 조형적 법칙이 존재하며 작가는 그 형상들과 정체성을 작품으로 표현하고자 한다. 이 작업들은 무질서하고 예측 불가능한 현상 속에 숨어있는 정연한 질서를 탐미하고 실험하여 미지의 공간에 대한 새로운 표현, 메타포를 제시하는 것이다.

우연과 즉흥이 필연과 질서로 변화하는 지점은 광대한 공간의 시선으로 옮겨질 때이다. 물감과 재료들이 혼합되고 무수히 움직이는 표현의 흔적들. 인공의 터치가 들어가지 않은 공간 화면은 언뜻 무질서해 보인다. – 작가는 그것을 카오스라 말한다.
이성적인 질서가 들어가 있지 않기에, 우리가 알아챌 사물들이 들어가 있지 않기에, 온통 물감과 물감의 움직임이 만드는 자율적 리듬만이 남아있는 공간의 구성이기에 혼돈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전시는 Chaos in blue 로 blue의 표현이 자의식 추구의 열정 가득찬 역동성을 가진다. 작가가 추구하는 것은 그러한 블루의 혼돈이다. 같아 보이지만 같지 않는. 달리 보이지만 같은 구조에 있는 것들. 그런 것들은 기존의 질서, 관념을 깨어야만 만나는 근원, 원형질 같은. 그러한 이미지를 관객들에게 툭 선보이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의 Chaos in blue는 분출의 욕망을 향하고 있다고 보아야한다.

시간은 모든 것들을 움직이게 만들고 우주는 그 시간의 축 위에서 팽창하고 있다. 노재환은 그러한 카오스의 근간을 이루는 행위에서 아름다움의 근간을 추구하는 작업을 선보인다. 현대미술은 시각이 가지는 근간을 탐구하고 추구하는 경향을 보여 왔다. 그러한 경향은 지금껏 우리의 시각이 가지는 본다는 관념을 뒤흔들면서 혼돈을 야기 시킨다. 혼돈으로 가려면 알고 있는 익숙함을 버리는 것이다. 알고 있는 사물을 치움으로서 관객들은 익숙함에서 낯섦으로 변모한다. 낯섦은 질서에서 혼돈으로 이끄는 통로이다. 거기에서 새로운 질서로 향한 문, 혼돈이 시작된다.

노재환의 화면에는 사물이 있어야할 자리에 물감들이 만드는 공간이 있다. 한편에서는 어두운 공간에서 발현하는 밝음을 향한 공간, 다른 이면에서는 밝은 공간에서 어둠으로 향하는 공간들이다. 같은 이미지가 다양한 방식으로 변화를 하는 공간으로도 변화한다. 그 공간을 이루는 것. 화면은 사물이 사라진 흔적의 공간, 카오스의 공간이다. 그러므로 앎 이전의 근원으로 향한 공간, 혼돈 속이다. 혼돈은 무질서해 보이지만 우주의 질서이다. 단지 인간의 인식 하에서 무질서해 보이는 것이다. 혼돈은 그러므로 혼돈이라고 번역하기에 무리가 있다. 그리스의 언어 카오스(chaos)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좋아 보인다. 노재환이 만드는, 관객에게 공유하고 싶어 하는 공간은 근원의 흔적들이 만드는 이미지들이다. 거기에는 인간의 앎, 인식이전의 이미지들, 흔적들이 남아 이루고 형성된 공간들이 있다.//이호영(아티스트, 미술학 박사)

장소 : 나비 갤러리
일시 : 2020. 07. 03. – 07.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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