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소개//
갤러리 이듬에서 다채로운 색채, 초현실적인 이미지, 그리고 탄탄한 묘사력으로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개척하고 있는 구경환 작가의 전시를 기획하였습니다. 최근 미술계에서는 가장 전통적인 것으로 여겨졌었던 회화를 벗어난 장르가 각광받는 경향, 그리고 특정한 장르를 벗어나려는 탈(脫)장르 예술이 유행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특히 작품 외적인 형식에 대한 새로운 시도는 갈수록 과감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구경환 작가는 꾸준히 회화를 고집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구상의 이미지를 그려낸다는 점에서 오늘날 우리가 눈 여겨 보아야 합니다.
회화가 우리의 시각을 사로잡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그리고 거의 모든 방법들이 오랜 시간 동안 많은 화가들에 의해 시도되어 왔습니다. 구경환 작가는 그 방법들 중 ‘그리고, 보여주고, 감각하고 인지하게 만드는’, 그야말로 화가의 기본적인 행위에 가장 충실한 방법으로 우리에게 대화를 건넵니다. 그의 작품은 성실한 ‘그림’의 외관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우리에게 다양한 정보와 사색의 실마리를 던질 이야기들을 가득 품고 있습니다. ‘same same’이나 ‘새벽에 걸린 마음’과 같은 작품을 보면 화려한 색채와 상징으로 가득하면서도 나름의 내러티브를 찾게끔 하는 독특한 서술적 긴장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감각적인 동시에 매우 인지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작품들입니다. 가장 ‘그림’다운 시각적 결과물로 문학이나 영화가 가지는 호흡을 느끼게 하며 다양한 감각을 사로잡는 것이 구경환 작가의 작품 세계가 가진 특징입니다.
새롭게 선보이는 작품 ‘Memento mori’, ‘Damien’의 경우, 그가 궁극적으로 그려내고자 하는 주제의 범주가 보다 분명히 느껴집니다. 삶과 죽음, 바니타스(vanitas, 허무와 덧없음)라는 회화의 전통적 주제를 재해석한 듯 하지만 조금 더 나아가 그는 누구도 자신 있게 ‘경험했다’고 이야기할 수 없는 영역의 것, 우리가 실제로 보고 느끼지 못한 공간과 기운을 시각화하는 것에 목표를 두었습니다. 그는 작가의 상상력과 작품을 보는 감상자의 상상력이 모두 개입될 여지가 많은 주제를 감각적으로 그려냅니다. 그러나 그 상상의 시각화에 탄탄한 묘사력이 더해져 그의 이미지는 묘한 설득력을 가지고 우리 눈앞에 나타납니다.
소품으로 선보이는 콜라주 작업들도 이와 일맥상통하는 지점이 있습니다. 하나하나 뚜렷한 구체적 이미지를 ‘선택’하여 이들과 무관한 맥락을 ‘설정’하고 이미지들을 ‘섞어’ 새롭게 만드는 것은 새로운 예술세계를 추구했던 다다이즘 예술가들의 작업 방법이었습니다. 자유롭게 상상하되, 뚜렷하고 충실하게 구체적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구경환 작가는 어쩌면 오늘날 급진적으로 탈(脫)장르와 비(非)예술을 지향하는 예술가들보다 더욱 더 철저하고 성실하게, 예술이 삶에 선사하는 환상을 감상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아티스트입니다. 회화라는 예술 장르로, 평면 이라는 물리적 프레임 안에서, 누구보다 명민하게 당신에게 정서적·인지적 선물을 전달할 구경환 작가의 작품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장소 : 갤러리 이듬
일시 : 2020. 06. 12. – 07. 04.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charmbi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