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소개//
선과 경계, 시선이 만들어내는 뒤죽박죽의 세계
시선은 눈이 가는 길이며 매 순간 어딘가를 향한다. 그 어딘가는 아주 가까운 곳이기도 하고, 아주 먼 곳이 될 때도 있다. 비행기가 만들어내는 긴 구름의 선을 보며 먼 나라에 있는 친구를 생각하기도 하고, 별똥별이 그리는 궤적을 보면서 삶 너머를 생각하기도 한다. 시선은 어디까지라도 뻗어갈 수 있다. 시선이 가는 그 길은 보이지 않는 선으로 그려져 있다.
우리는 많은 선들을 따라 간다. 항로를 따라 배가 떠나고, 부모가 정해둔 경로를 따라 인생을 사는 사람도 있다. 시선은 우리 주변의 많은 선들을 넘나들기도 한다. 아이들은 고무줄놀이를 하고, 여행자는 국경을 넘는다. 우리는 하을 작가와 함께 지도 위에 선을 그린다. 상하이에서 뉴욕으로, 유럽을 지나 다시 아시아로 돌아오면서 그의 여정을 함께 해 본다. 그것은 관람객에서 작가로, 작가에서 다시 양서류의 눈으로, 세 번의 변신을 거쳐 새로운 시선으로 떠난 여정이다. 양서류가 된 우리는 물의 경계에서 물속과 물 밖을 동시에 보고 있다. 양서류는 물과 뭍의 경계, 자연과 문명의 경계에서 헤엄치며, 우리에게 타자의 눈을 빌려주고 있다.
파도가 만들어내는 일그러진 경계 너머 흐릿하게 보이는 문명의 산물들 역시 언젠가는 사라져 자연으로 돌아갈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영원히 이어지는 선도 없고 확실한 경계도 없으며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누군가에게 항상 타자일 수밖에 없다는 점은 우리를 쓸쓸하게 만든다. 선, 시선, 경계, 그리고 혼재하는 공간이 빚어내는 감정은 고독이다.//디오티미술관 장지원 학예연구사//
장소 : 디오티 미술관
일시 : 2020. 05. 06. – 06.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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