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노트//
나무, 섬, 배 그리고 사람…
작업은 사진에서 시작된다.
직접 가 본 곳이나 가보지 못한 어딘가에 존재하는 장소의 이미지에서 작품에 사용될 형상을 차용한다. 사진이나 구상의 역할은 여기까지이다. 이제부터 색채와 형상을 이루는 모든 요소들은 대상과는 별개로 진행된다. 그리기로 표현된 붓질의 흔적 위에 안료와 기름의 물성들은 제각기 흔적을 남긴다.
그리기, 뿌리기, 흘리기, 지우기… 통제할 수 없는 재료가 그리는 우연의 흔적에서 다시 그리기의 반복하는 과정의 여정 속에 사진의 이미지는 사라지고 구상과 추상의 어느 점에 놓여 있는 그림을 마주하게 된다. 그래서 ‘완성’의 언어 보다 ‘멈춤’, ‘여기까지’를 두고 고민하는 시간이 한 작업의 끝자락 정도에 와있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최근 작업한 그림 시리즈에서는 그림 속에서 또 다른 그림을 상상하는 형식으로 그림을 이어간다. 예를 들어 섬을 그리고, 그 섬으로 다가가는 배를 상상하고, 배가 실어 나르는 망자가 묻힐 ‘ 납골당’을 상상하고, 섬에서 바라보는 바다를 상상한다. 이 상상은 하나의 그림 어딘가에 또는 화면을 너머 그 이면에 그럴듯한, 있을법한 풍경의 이미지를 바탕으로 회화로 재탄생한 것이다.
하나의 그림에서 이어지는 상상의 연작, 부분에 근접할 때 느껴지는 또 다른 풍경…
그림의 풍경을 ‘투어’하듯 상상한 후 머리 속에 떠오르는 상상의 장면, 이야기는 다음 그림의 모델이 된다. 그래서 최근의 나의 그림처럼 상상의 이야기는 ‘완성’이 아니라 ‘멈춤’을 고민하는 회화처럼 계속 진행된다. 그’멈춤’의 시점은 당연히 작가의 몫이다. 상상의 풍경을 이야기하는 ‘화자’ 또한 작가이기 때문이다.//작가 노트//
장소 : 광안 갤러리
일시 : 2019. 6. 26. – 7. 9.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charmbi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