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피는 부산항Ⅵ展(미광화랑)_20190227

원도심 문화유산, 부산근대미술
‘꽃피는 부산항’

옥영식

I. 오랜 세월을 견디고 자라온 나무는 그만한 ‘나이테’를 속에 품고 있다. 생명의 지문 같은 것. 어디 나무뿐이겠는가. 문을 연지 스무 돌을 맞이하는 미광화랑, 그에 걸맞은 ‘나이테’ 하나 뚜렷하니, 여섯 차례 가지는 ‘꽃피는 부산항’이겠다. 시작은 2009년 가을 개관 10주년기념전이 되었다.
녹록치 않은 문화적인 풍토와 여건, 외환위기의 와중에서도 용케 견디고 나온 게 대견한 듯, 그 자축의 의미로, 혹은 그동안 보내온 후원과 격려에 보답하는 사은의 뜻에서 기획된 것으로 짐작한다. 그 뜻은 진솔하였으며 시의적절 하였다. 날로 ‘새로움의 신화’를 좇아 급변하던 미술계의 풍향 속에서. 지나간 과거, 그간 세월의 풍화에 잊혀지고 무관심속에 제쳐둔 부산근대미술 1세대 작고작가 19명의 작품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은 것이다. 격동의 한국근현대사의 질곡을 헤치며 척박한 부산근대미술의 토양을 가꾸면서 일생을 마치고 떠난 그들이 남긴 유작들을 소환하여 재조명한 것이다.

II. 일제강점기가 끝났을 무렵의 부산화단이란 7명(양달석, 우신출, 서태문, 서성찬, 김남배, 김종식, 김윤민)의 화가가 있었을 뿐. 그 뒤 인접 경남북지역에서 이주해 오거나, 6․25전쟁 후 피난 와서 정착한 미술인들이 합류하여 비로소 부산근대미술의 1세대는 형성되었다.
초대된 작가들을 살펴보는 가운데, 흡사 지나간 ‘후기전’(後期展)을 반세기만에 다시 보는 듯한 감회가 들었다. ‘후기회’는 1세대 작가들이 모여서 1971년 모임을 만들었고, 1년에 봄가을 2회, 1980년까지 15회전을 가졌던 동인이다. 그즈음 새로 등장하는 동시대 현대미술의 기류와 교감하면서, 후배 세대들을 의식하고 활동을 다잡아 솔선하고자 했다. 이제 그들은 가고 없고, 작품만이 남아서 그들이 토로했던 회화적 진실을 만나는 자리가 되어주고 있다. 근대적인 주체로서의 작가 개인이 보고 느끼고 체험한 이곳 남부 영남의 산과 강, 바다. 삶의 정서와 풍토적 정감, 사유의 경지를 재해석하고 가늠하는 추체험의 자리다. 여섯 번에 걸쳐 그들의 작품과 만나는 과정에서 새삼 부산근대미술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새로워지고 있다.
광복동을 중심으로, 갯내음을 맡으며 그들 1세대 미술가들이 거닐고 머물었던 보리수다방, 대학촌주점, 남포동과 중앙동의 골목길. 원도심에서 형성된 근대 문화적 유산이 ‘꽃피는 부산항’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원도심을 재발견하고 역사적인 유산을 보존하고 재맥락하려는 이즈음, 부산근대미술 역시 부산 원도심 생활문화의 터전과 생리를 같이 한다. 이미 이러한 문화적 향훈은 멀리 경향 각지에서도 귀하게 여기며 반기고 있으니, 지역의 독자적인 개성이 보편적 공감을 얻기에 이른 것이다. 이제, 부산근대미술의 역사적인 형성과정과 맥락을 밝히고 정리할 때가 되었으며, 여러 가지 체계적인 과제수행은 지역의 공공 미술관에서 맡을 차례가 된 것 같다.//옥영식//

장소 : 미광화랑
일시 : 2019. 2. 27. –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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