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문//
부와 절대 권력의 상징인 ‘검(劍)’과 감춰진 욕망의 대명사 ‘꽃’이 조형적으로 결합했다. 속 재료는 수지계통의 ‘레진’인데 자연에서 뽑아낸 화려한 색상의 실로 표면을 감았다. 날카롭게 수직으로 놓인 양날의 검을 꽃봉오리가 감싸는 듯한 단순한 형태인데도 작품은 강렬하고, 깊은 힘을 뿜어낸다. 검을 주제로 한 작업을 많이 해온 최정윤 작가의 작품 ‘The flesh of passage’(시간의 살)다. 이게 바로 재료가 지닌 힘일까. 검의 공격적이고 날카로운 금속성이 부드러운 자연성의 실을 만나 무기가 아닌 숭배의 대상, 근원적이고 생산적 기능으로서의 검을 재현한다. 이런 작품 뒤엔 재료에 대한 작가의 집념과 도전이 있다.
부산 해운대구 재송동 갤러리 하이와 수영구 광안동 갤러리 라곰에서 최정윤 개인전 ‘The flesh of passage’가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2019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 대표 작가로 선정된 최정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자리로, 지난해 6월 개관전 ‘서용선, 김선두 2인전’에 이은 갤러리 하이의 첫 번째 기획 전시다. 갤러리 하이에서는 검의 형상과 꽃의 은유로 인간의 삶을 담아낸 최 작가의 신작 35점, 갤러리 라곰에선 높이가 3m에 달하는 대형 작품 6점을 선보이고 있다.
최 작가는 지난 10년간 검의 본질적 속성을 재해석하는 과정에 주력해 왔다. 작품 전체를 실로 팽팽하게 감아내고 여러 색상의 실을 뭉쳐서 장식한 이번 작업은 처음부터 마무리까지 작가가 손으로 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혼을 쏟아 부은 역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작가노트에서 “검은 이성, 꽃은 감성이다. 다른 소재와 융합해 인간욕망의 허무한 관념적 실체를 시각적 대상물로 언어화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작품은 최 작가가 전시 공간에 맞춰서 새롭게 제작했다는 점도 흥미롭다. 갤러리 하이는 재송동 벽화마을에 있으며, 50년이 넘은 한옥을 리모델링한 갤러리로 동양의 미를 살린 조형 작품과 공간의 분위기가 잘 어울린다. 오는 31일까지. (051)784-5588, 국제신문 정홍주 기자//
- 장소 : 갤러리 하이
- 일시 : 2018. 10. 27. – 2019. 1.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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