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평문//
사진을 매체로 활용하고 있으나 회화로 위장되어 결국 사진도 회화도 아닌 그의 최근 작품은 실재와 가상의 경계지점에 위치한 일상의 풍경이자 연출된 허구를 보여준다. 잘리고 희미하게 지워진 이미지가 불러일으키는 생경함은 화면 위에 레이어처럼 덧씌워진 철망에 의해 고조되는데 이것은 이미지의 결박이자 그것에 생기를 부여하는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중략) 우리는 그의 작품에서 내용을 지시하는 이미지가 아니라 해체된 이미지의 흔적을 본다. 결국 이런 것을 통해 그가 표현하고자 한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이미지가 걸어 놓은 마법은 언제나 덧없으며, 그 너머의 것을 관조하려는 종교적 명상의 세계가 아닐까?//최태만(미술평론가)//
윤영화는 피사체의 표면이나 망막에 맺힌 이미지자체 보다 이 두 영역 사이에서 일어나는 광학적, 심리적 현상에 주목한다. 거리풍경, 돛단배, 그리고 심지어 바다 속 풍경에 이르기까지 카메라가 잡아내는 피사체의 구체성과는 다르게 화면 전체가 발산하는 기운은 추상적이고 명상적이다. 이는 윤영화가 물감이 아닌 빛으로 이미지를 완성하기 때문이다. 그에게 있어 빛이란 “존재의 숨결” 내지는 “존재의 흔적”이다. 최초의 만물에게 생을 부여한 빛의 숭고함이 작가의 몸짓, 피사체의 몸짓을 하나로 이어준다. 작가가 다루고 있는 미디어가 어떤 것인가 보다는 이를 어떻게 활용하는가가 중요한 시대다. 그래서 서두에 이야기한 “회화의 재해석”은 “회화의 죽음”이 아닌 “회화의 확장”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윤영화는 현실을 담아내기 위해 카메라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기 위하여 현실 속에 숨어 있는 빛과 그로부터 비롯된 형상, 색상을 이용한다. 그래서 일까? 윤영화의 이름 앞에 “사진가”라는 말보다는 “화가”라는 단어가 어울린다.//이대형(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전시감독)
프랑스에서 유학한 후 부산에서 거주하며 작업 활동을 하고 있는 윤영화는 회화, 사진, 오브제, 영상 설치 등 다양한 매체가 혼합된 영역을 보여주고 있다. 포토 페인팅(photo painting)은 사진에 회화의 성격이 가미된 작품으로서 작가의 다매체를 통한 표현적 경향을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디지털 사진에 철망을 씌운 그리드 연작은 ‘본다’라는 시각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실제와 환영 사이 대상과 사물에 대한 공감각적 지각을 열어 보인다. 모더니즘의 그리드에 대한 은유는 겹(double)공간에 의해 진동하듯 흔들리며, ‘흐린 이미지’(I’image floue)로 메타포 된 대상과 재현에 대한 불확실성과 비결정성을 드러낸다. 일종의 경계영역으로서 작용하는 철망이라는 블라인드와 유사한 옵티컬 효과는 공간의 이편과 저편을 가로지르며 이중 공간이라는 모호한 사이 공간 속에 관객을 위치시킨다. 이는 또한 볼 수 없음으로서의 블라인드 경험과 사물에 대한 촉각적인 지각을 환기시킨다.//올리비에 케플렝(2014부산비엔날레 전시총감독)
//작가 노트//
“나는 사실적 회화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재현적인 사진에도 별로 관심이 없다. 사진을 닮은 회화나, 회화를 흉내 내는 사진은 어떤 의미에서 가식적이다. 나의 관심은 단지, 카메라가 대상의 객관적 이미지를 가감 없이 재현하는 사진의 차가운 속성과, 자아의 뜨거운 표현으로서의 회화가 각자 100퍼센트 순수한 그 스스로의 모습을 유지하고서도 서로가 얼마나 동등하게, 얼마나 투명하게 만날 수 있느냐에 있다. 그러므로 나의 예술의 목표는 재현(再現)과 표현(表現), 이미지와 물질, 실재(實在)와 환영(幻影), 성(聖)과 속(俗), 가시적(可視的)인 것과 비가시적(非可視的)인 것, 가변성(可變性)과 불변성(不變性) 등의 상극(相剋)의 개념을 조정하고 화해시켜 친밀한 관계로 이끌어 합일(合一)에 도달하는데 있는 것이다.”
2002년 파리에서 귀국 후, 최근까지 ‘회화의 재해석, 포토드로잉 & 포토페인팅’이라는 회화적 변용을 방법론적 전개방식의 주된 축으로 삼고 사진매체와 회화 간의 은유적 혹은 직설적인 미술어법의 조우를 통하여 ‘회화적 사진, 사진적 회화’라는 명제의 본질적이고 가변적 위상의 가능성과 한계를 실험하고자 하였다.//작가 노트//
- 장소 : 갤러리 문 101
- 일시 : 2018. 12. 31. – 2019. 1. 16.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abc@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