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이배는 2018년 8월 10일(금)부터 9월 29일(토)까지 교토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배상순, 요코미조 미유키 작가의 2인전을 개최한다. 부산에서 첫 선을 보이는 두 여류작가의 작품은 각자의 재료와 제작방식은 달라도 반복적인 행위의 결과가 만들어 놓은 경이롭고도 엄숙한 ‘삶의 섭리 Circle of Life’ 로 요약할 수 있다. 검은 벨벳 천의 표면 위에 가늘고 가벼운 흰색의 수많은 원을 반복적으로 그려 신비로운 환영을 불러일으키는 배상순의 작품과 유화물감으로 감싸인 실을 튕겨 캔버스에 반복적으로 쌓아 올린 조각회화로 주목받고 있는 요코미조 미유키의 창의적인 작품들은 관람객들로 하여금 작가들의 성찰적 삶이 회화로서 승화되는 순간을 경험하게 하고 더불어 회화적 삶의 본질에 공감하게 할 것이다.
배상순 작가의 회화작업은 선화(線畵)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가능한 한 ‘無(무)’에 가까운 흑백 화면에서부터 출발한다. 검은 벨벳 천 표면 위에 가늘고 가벼운 흰색의 젯소(gesso)를 희석한 물감으로 수없이 많은 선을 반복하고 중첩하여 그린다. 그림이 그려지지 않은 여백에 생긴 구멍들은 무한한 심연이 펼쳐지는 회화의 한 유형으로 또 짐작할 수 있다. 눈을 감고 명상에 잠긴 상태에서 머릿속에 그려지는 회화적 환영을 현실에 전개한다면 배상순의 작업은 특정 시공간을 초월하여 이루어지는 묵언과 집중과 일념을 그대로 회화로 재현해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 끝을 알 수 없는 무한의 시간으로 인도하는 작가의 작업은 지루하고 반복적인 행위의 결과가 만들어 놓은 형이상학적 결과물이다. 보는 예술을 체감하고 공유하고 공감하는 예술로 전환시킨 검정 벨벳 작업들은 작가의 삶에 대한 깊은 해석에부터 비롯되었음을 확신하게 된다.
설치미술가인 요코미조 미유키 작가의 작품들은 일반 회화의 붓을 이용한 작업방식이 아닌 실이라는 매체를 통해 작업이 이루어진 ‘조각적 회화’이다. 우선 캔버스 위에 실을 팽팽하게 고정시킨 후, 캔버스에 유화물감을 얹은 실을 손가락으로 튕기며 그 흔적을 반복적으로 남기는 작업방식으로, 실의 장력과 튕기는 위치, 손가락으로 튕기는 강약, 물감의 점성, 이 모든 면을 면밀히 고려하며 작업한다. 화면에 직접 붓 칠을 하거나 손대지 않는 이러한 작업방식은 작품에 우연성과 불확실성을 부여하며 튕겨진 물감 사이의 틈, 교차된 선들은 수많은 행동과 시간의 축적들이 여실히 드러나게 한다. 완성한 결과물이 회화성을 띠는 것일 뿐, 실을 반복적으로 튕기는 단조로운 작업과 신체성을 강조한 행위자체는 깎고, 새기고, 두드려 작업하는 조각적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작가는 자신의 평면작품을 ‘그린다’가 아닌 ‘조각한다’라고 한다. 작가는 시간과 공간, 빛 그리고 물성을 이용한 다양한 설치작업을 거쳐 오늘날의 ‘Line’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교토를 거점으로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배상순 작가는 1971년 전남 화순 출생으로 성균관대학교 미술교육학과를 졸업한 후, 일본 무사시노 미술대학교와 대학원을 거쳐 영국 로얄컬리지 오브 아트 대학원에서 교환학생 과정을 마쳤으며, 교토시립예술대학원 후기박사과정을 이수하였다. 이후 교토를 거점으로 2004년 ‘主白의 회화’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수많은 전시와 아트페어를 통해 일본과 한국을 비롯해 영국, 인도 등 국제적으로 작가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요코미조 미유키 작가는 1968년 도쿄 출생으로, 타마미술대학 조각과를 졸업한 후 뉴욕에서 일본 문화청 파견예술가 해외연수를 거쳐, 일본 국제예술연구센터에서 제1기 연구원으로 일했다. 1995년 도쿄 Gallery Q에서 첫 개인전 ‘Bath Room’ 이후 2018년 대만 Art Issue Projects에서 개최한 ‘Invisible Shape’전까지 활동영역을 넓혀가며 세계적인 작가로써 거듭나고 있다. 삶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독창적인 화풍으로 표현하며 한국과 일본, 아시아를 비롯하여 세계무대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두 여성작가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보도자료문//
– 장소 : 갤러리 이배
– 일시 : 2018. 8. 10. – 9. 29.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abc@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