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문//

해운대 부민병원 1층 Project B6에서는 10여 년 동안 ‘블루’ 색상에 집착을 가지고 작업을 해 온 조은필 작가의 개인전 “내 방의 존재하는 사물들과는 다른 것”을 마련했다. 강박에 가까워진 블루는 일반적인 파랑보다는 훨씬 진하고 깊은 ‘광기’의 보랏빛을 품은 울트라 마린 블루에 가깝다. 작가는 완벽한 블루를 찾기 위해 사물의 본색을 탈색시키고 단일한 블루로 빈틈없이 채우며 작업시간의 많은 부분을 보낸다. 블루는 작업의 주된 조형 요소로 작가의 기억 속에 축적되었던 이미지를 비현실적이고 비일상적인 공간으로 전환하는 중요한 매개체 역할을 한다.

조은필은 파란 사물들과 그것들에 의해 둘러싸여진 공간으로 블루의 영역을 확장시켜왔다. 보수동 책방 골목의 계단에 파란 동물들을 세운 역동적인 동물들의 이미지가 인상 깊은 <블루 카펫>에서의 자유롭게 하늘을 나는 새의 이미지는 <블루 깃털>의 연장선이 되었다. 깃털은 연약하면서도 강한, 신비롭고 영적인 의미를 담아 블루를 확장하는 효과적인 소재가 되었다. <블루 너머의 블루>에서는 뜨개질로 만들어진 천으로 거대한 산수화로 전시장을 가득 채웠다. 산 능선이나 바다의 물결처럼 느껴지는 거대한 설치물 위에는 파란 문이 열리면서 새로운 세계를 향해 순수한 블루를 찾아 떠나는 영상이 투사된다. 작가는 C.S. 루이스의 소설 “나니아 연대기”에서 주인공들이 문을 통해 새로운 세계로 넘나드는 연결고리에 영감을 받아 가구가 다른 세계를 만날 수 있다고 믿는다. 이처럼 블루의 영역은 전시된 공간 너머로 다음 작업의 소재로 이어진다. <파란 이끼>작업에서는 습기만 있으면 어디에서나 잘 자라는 생명력이 강한 이끼를 가구에 퍼뜨려 환상의 세계까지 블루의 영역을 넓혔다. 하지만 이끼는 더 이상 살아있는 것이 아닌 가공되어 말라서 죽은 것으로 증식의 의미를 표현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부산에서 2년 만의 개인전을 가지는 조은필의 개인전에서는 실제 나무에 인조 이파리가 결합한 대형 설치작업이, 인조 나무 열 그루를 연결한 <Blooming Blue- 덩어리>가 병원 로비에서 선보인다. 블루는 단지 기호의 색으로, 블루의 영역은 줄어들고 자연의 일부인 나무의 무한한 생명력에 도전한다. 나무는 삶을 다한 사목이지만 지내온 긴 시간과 한 생명체로서의 강렬한 형상을 보여준다. 작가의 손길이 닿기 전, 무성하게 자란 뿌리에서 몸통과 윗부분의 풍성한 가지와 이파리까지, 블루가 입혀지기도 전에 무한한 생명의 흔적이 가득하다. 예를 들어 ‘머그잔’이나 ‘노트북’같은 사물에 짙은 블루를 입히면 ‘원기둥’과 ‘직육면체’와 같은 기본적인 도형의 이미지만 남는다. 하지만 나무는 다르다. 나무라는 ‘존재’를 채색하는 것으로 블루의 강박은 작아지고 단지 기호의 색으로써의 블루의 영역은 줄어든다.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특정한 색을 작품의 모티브로 설치작업을 하는 작가는 매우 예외적이다. 이번 개인전 “내 방의 존재하는 사물들과는 다른 것”은 10여 년 이상 작업해온 블루에 대한 터닝 포인트이자 작업의 의미를 확장시킨 전시이다. 폭염이 기승하는 요즘, 충만한 생명력이 넘쳐나는 조은필 작가의 개인전으로 더위를 식힐 수 있기를 바란다.//보도자료문//

– 장소 : 프로젝트 B6
– 일시 : 2018. 7. 28. – 9.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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