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희(아트 디렉터)//
점과 점 사이로 분절되어 이어지는 형상들은 수많은 점들의 연속으로 선이 아니어도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작가의 부단한 노동으로 형상들은 가시적으로 드러나지만 완벽한 형태는 아니다. 작가는 언제나 크게 외치지 않았다. 분명한 형상과 명확한 의미로 재현되는 사물을 불러오지도 않는다. 그저 우리 주변에 있는 작은 생물과 사물들, 그리고 그것의 이미지들일 뿐이다. 형상을 드러내는 점은 선으로도 이어지지 않고 면으로도 채워지지 않았다. 그러나 작가의 감성세계는 물리적 기반 없이 논리체계로만 존재하는 디지털 세계에서 인간과 합의하는 그 지점에 있다.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집적할 수 있는 비트의 수량은 기술의 발달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분절된 세계는 연속성을 완벽히 구현해 가는 것만 같지만 작가의 한 점 한 점들은 결코 디지털 세계 속 비트의 속도와 함께 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분절이 맞닿아 연속으로 이어지듯이 점과 점 아닌 점들의 공간 사이로 우리의 감성은 흘러간다. 보이지 않는 입자들 사이로 있는 듯 없는 듯 형상들이 드러나듯이. 작가의 감성세계는 있어도 없는, 없어도 있는 그 지점이고 우리의 감성은 점과 점사이로 분절과 연속들이 이어지는 지점에서 각자의 비트를 집적하여 자신만의 세계를 구현하는 것이리라.
점 하나에 온 우주를 넣지 않아도,
수없이 많은 점을 세지 않아도,
비어있는 형상이 완벽하지 않아도, 우리의 시선은 그 곳에서 멈추고 점과 점이 아닌 점들의 분절과 연속을 따라 조용하고 겸손한 세상 속으로 흘러간다.
오로지 유일한 한 점으로…//김미희//
– 장소 : 아트스페이스
– 일시 : 2018. 7. 4. – 7.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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