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의 ‘날개’//
「박제(剝製)가 되어 버린 천재(天才)」를 아시오? 나는 유쾌(愉快)하오. 이런 때 연애(戀愛)까지가 유쾌(愉快)하오. 육신(肉身)이 흐느적흐느적하도록 피로(疲勞)했을 때만 정신(精神)이 은화(銀貨)처럼 맑소. 니코틴이 내 회(蛔)ㅅ배 앓는 뱃속으로 숨이면 머릿속에 의례히 백지(白紙)가 준비(準備)되는 법이오. 그 위에다 나는 위트와 패러독스를 바둑 포석처럼 늘어놓소. 가공(可恐)할 상식(常識)의 병(病)이오.
나는 또 여인(女人)과 생활(生活)을 설계(設計)하오. 연애(戀愛) 기법(技法)에마저 서먹서먹해진 지성(智性)의 극치(極致)를 흘깃 좀 들여다본 일이 있는, 말하자면 일종(一種)의 정신분일자(精神奔逸者) 말이오. 이런 여인(女人)의 반(半)―— 그것은 온갖 것의 반(半)이오―— 만을 영수(領受)하는 생활(生活)을 설계(設計)한다는 말이오. 그런 생활(生活) 속에 한 발만 들여놓고 흡사(恰似) 두 개의 태양(太陽)처럼 마주 쳐다보면서 낄낄거리는 것이오. 나는 아마 어지간히 인생(人生)의 제행(諸行)이 싱거워서 견딜 수가 없게끔 되고 그만둔 모양이오. 굿바이. 굿바이. 그대는 이따금 그대가 제일 싫어하는 음식(飮食)을 탐식(貪食)하는 아이러니를 실천(實踐)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소. 위트와 패러독스와……. 그대 자신(自信)을 위조(僞造)하는 것도 할 만한 일이오. 그대의 작품(作品)은 한 번도 본 일이 없는 기성품(旣成品)에 의하여 차라리 경편(輕便)하고 고매(高邁)하리다.
19세기(十九世紀)는 될 수 있거든 봉쇄(封鎖)하여 버리오. 도스토예프스키 정신(精神)이란 자칫하면 낭비(浪費)인 것 같소. 위고를 불란서(佛蘭西)의 빵 한 조각이라고는 누가 그랬는지 지언(至言)인 듯싶소. 그러나 인생(人生) 혹(或)은 그 모형(模型)에 있어서 디테일 때문에 속는다거나 해서야 되겠소? 화(禍)를 보지 마오. 부디 그대께 고(告)하는 것이니… (테이프가 끊어지면 피가 나오. 상(傷)채기도 머지않아 완치(完治)될 줄 믿소. 굿바이.) 감정(感情)은 어떤 포즈. (그 포즈의 소(素)만을 지적(指摘)하는 것이 아닌지나 모르겠소) 그 포즈가 부동자세(不動姿勢)에까지 고도화(高度化)할 때 감정(感情)은 딱 공급(供給)을 정지(停止)합데 나는 내 비범(非凡)한 발육(發育)을 회고(回顧)하여 세상(世上)을 보는 안목(眼目)을 규정(規定)하였소. 여왕봉(女王蜂)과 미망인(未亡人)―— 세상(世上)의 하고많은 여인(女人)이 본질적(本質的)으로 이미 미망인(未亡人) 아닌 이가 있으리까? 아니! 여인(女人)의 전부(全部)가 그 일상(日常)에 있어서 개개 「미망인(未亡人)」이라는 내 논리(論理)가 뜻밖에도 여성(女性)에 대한 모독(冒瀆)이 되오? 굿바이.
나는 내가 지구 위에 살며 내가 이렇게 살고 있는 지구가 질풍신뢰의 속력으로 광대무변의 공간을 달리고 있다는 것을 생각했을 때 참 허망하였다. 나는 이렇게 부지런한 지구 위에서는 현기증도 날 것 같고 해서 한시바삐 내려 버리고 싶었다 ● 이때 뚜― 하고 정오 사이렌이 울었다. 사람들은 모두 네 활개를 펴고 닭처럼 푸드덕거리는 것 같고 온갖 유리와 강철과 대리석과 지폐와 잉크가 부글부글 끓고 수선을 떨고 하는 것 같은 찰나, 그야말로 현란을 극한 정오다. 나는 불현듯이 겨드랑이가 가렵다. 아하 그것은 내 인공의 날개가 돋았던 자국이다. 오늘은 없는 이 날개, 머릿속에서는 희망과 야심의 말소된 페―지가 딕셔너리 넘어가듯 번뜩였다.
나는 걷던 걸음을 멈추고 그리고 어디 한번 이렇게 외쳐 보고 싶었다. 날개야 다시 돋아라. ● 날자.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 (출전 「1936 조광」)
//전시//
이상의 날개 The Wings of Lee Sang
노재환展 / NOHJAEWHAN / 盧在煥 / painting
2018_0703 ▶ 2018_0708
– 장소 : 갤러리 가야
– 일시 : 2018. 7. 3. – 7.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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